▶아메리칸 프리즌(셰인 바우어 지음, 조영학 옮김, 동아시아)=미국 교정시설에 위장 취업, 민영 교도소 산업의 추악한 민낯을 낱낱이 드러낸 르포. 저널리스트 신분을 감추고 4개월간 교도관으로 일하며 재소자, 교도관들과 자유롭게 나눈 대화와 교도소의 일상과 사건 사고를 빠짐없이 기록했다. 시급 9달러. 전과가 있어도 자동차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누구나 채용될 수 있는 교정센터에 취업한 저자는 생각한 것 이상의 열악한 수감환경에 놀란다. 어떤 교정 교화 프로그램도 없고, 식사량도 적고, 제때 병원에 가지 못해 손발을 절단한 죄수부터 자살 충동을 호소하며 전문 서비스를 요구하는 죄수, 교도소 내 특수작전대응팀으로부터 최루가스를 맡고 괴로워하는 죄수도 만난다.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방치·학대받는 현실은 이익 창출이 목적인 민영교도소의 태생적 한계를 보여준다. 수십 년간 시급 동결 등의 이유로 교도소는 늘 인력이 모자랐다. 그 결과 재소자 관리는 더 힘들어지고 관리 감독할 교도관이 없으니 운동장이나 도서관을 이용하지 못한다. 하루 종일 갇혀 있는 것 외에 할 일이 없는 재소자들은 불만을 교도관에게 터뜨리고 폭언과 협박에 교도관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저자는 재소자가 감춘 휴대폰을 발견, 팀장에게 보고하는 바람에 재소자들의 타겟이 되기도 한다. 책은 생생한 교도소의 현장 뿐 아니라 인종차별의 역사에 뿌리를 둔 미국 교도소의 역사와 시스템도 들려준다. 저자의 매끄러운 대화체와 위트 있는 문체는 형벌 외주화의 폭압적 현장에도 불구하고 간간히 웃음을 선사한다.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백수린 지음, 창비)=젊은작가상, 현대문학상, 문지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백수린 작가의 신작 에세이. 작가가 몇 년 전 자리 잡은 서울의 한 오래된 동네를 배경으로 새로운 이웃들과의 만남과 반려견과의 이별, 여성작가로 살아가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두루 담았다. 1부 ‘나의 작고 환한 방’에는 작가가 언덕 위의 동네를 만나게 된 사연과 그곳에서 만난 이웃들, 공동주택에서 살 때는 몰랐던 월동준비와 제설작업, 재개발로 언젠가는 사라질지 모르는 동네의 현실에 대한 소회를 담아냈다. 여기에는 프랑스에서 수도생활을 하다 10년 만에 귀국해 육체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50대 여성 E언니가 등장한다. 친구들을 초대해 정성스런 음식을 대접하고 작은 선물이라도 들려 보내는 그, 특히 집을 재테크 수단으로 여기는 세태에 “사는 건 자기 집을 찾는 여정”이되 “타인의 말이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과 평화롭게 있을 수 있는 상태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그의 말은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작가는 “촘촘한 결로 세분되는 행복의 감각들”이야말로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2부 ‘산책하는 기분’에는 17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해온 강아지와의 이별을 통해 배운 사랑과 성장,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또한 글 ‘5월’에는 계절 만큼이나 찬란한, “어둠 속에서도 싱싱하게 자라나는 기쁨을 기어코 발견해 낸” 아름다운 사람의 이야기가 감동을 준다. 삶을 사랑하는 일과 행복이 어디서 오는 지에 대한 작가의 잔잔하고 아름다운 글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도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클라우드 머니(브렛 스콧 지음, 장진영 옮김, 쌤앤파커스)=지난 5월 ‘루나 사태’는 전 세계의 코인시장을 혼란에 빠트렸다. 기세등등하던 암호화폐는 한 풀 꺾였지만 큰 흐름에서 보면 돈의 흐름은 ‘클라우드 머니’로 가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클라우드 머니’란 손에 잡히지 않는 가상화폐, 디지털머니를 일컫는다. 저자는 미래형 디지털화폐, 즉 클라우드 머니로 바뀌는 흐름을 막아야 한다는 다소 급진적 주장을 펴는데, 그가 영국 최고의 금융 저널리스트로, 비트코인캐시 협회 회원인 점을 감안하면 의외다. 저자는 ‘현금 없애기’ 전쟁의 선봉장으로 은행과 결재회사, 핀테크 산업을 꼽는다. 이들 각각의 입장과 뱅크칩, 금융 카르텔을 소개하며 은행과 금융 산업을 카지노에 비유한다.금융 로봇AI가 소비자를 포획하는 방식도 자세히 들려준다. 수집품이 된 비트코인의 과거와 미래, 소개하고 사이버 금융을 장악한 정치집단의 실체, 기술특이점의 민낯도 드러낸다. 현금 없는 사회에선 제2의 루나사태와 같은 재앙적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핀테크 기업과 은행은 디지털머니를 포함한 대중의 데이터 재산을 독점하고 경제활동을 감시하는 빅브라더로 거듭나고 있다며, 그럴수록 우리가 겪고 있는 금융 참사들이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일어나는지 알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책은 지폐와 동전부터 기술특이점에 이르기까지 화폐의 역사를 꼼꼼하게 훑어내며 금융을 바라보는 눈을 밝혀준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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