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언급 없이 한용운 수필 ‘반성’ 공유
“자기를 약하게, 불행케 한 것은 자기”
“망국 원인 제거 않는 이상 정복국 다시 나”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자신의 일본 관련 발언에 대해 야권에서 ‘식민사관’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일제강점기 대표적 저항시인인 한용운의 수필을 인용하며 논란에 대해 반박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별다른 언급 없이 만해 한용운의 수필인 ‘반성’(1936년)을 공유했다.
한용운은 해당 글에서 “만고를 돌아보건대, 어느 국가가 자멸하지 아니하고 타국의 침략을 받았는가. 어느 개인이 자모(自侮·스스로를 멸시함)하지 아니하고 타인의 모멸을 받았는가”라며 “그러한 일은 없을 것이다. 망국(亡國)의 한이 크지 아니한 것은 아니나, 정복국만을 원망하는 자는 언제든지 그 한을 풀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불행한 경지를 만나면 흔히 하늘을 원망하고 사람을 탓한다”며 “강자를 원망하고 사회를 저주하고 천지를 원망한다”고 했다.
또 “얼핏 보면 영웅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기를 약하게 한 것은 다른 강자가 아니라 자기며, 자기를 불행케 한 것은 사회나 천지나 시대가 아니라 자기다”며 “망국의 원인이 제거되지 않는 이상 제이, 제삼의 정복국이 다시 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기 불행도, 자기 행복도 타에 의하여 오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가련하기도 하지만 가증스럽기가 더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이 이러한 내용의 글을 공유한 건 전날 ‘조선이 안에서 썩어서 망했다’는 발언을 놓고 정치권에서 ‘식민사관’, ‘천박한 발언’, ‘친일 세계관’ 등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지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의 주장과 비슷한 논조의 한용운 글을 인용해 반박한 셈이다.
앞서 그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친일 국방’이라고 비판하는 것을 놓고 “이재명의 일본군 한국 주둔설은 문재인의 ‘김정은 비핵화 약속론’에 이어 대한민국 안보를 망치는 양대 망언이자 거짓말”이라며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식민사관’ 논란이 커지자 정 위원장은 같은날 “오늘 아침 페이스북에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한 적이 없다고 썼다. 전쟁 한번 못하고 힘도 못써보고 나라를 뺏겼다는 의미”라며 “조선이라는 국가공동체가 중병에 들었고 힘이 없어 망국의 설움을 맛본 것이다. 이런 얘기를 했다고 나를 ‘친일, 식민사관’을 가진 사람이라고 공격한다. 기가 막히다”고 했다.
그는 이날 오전에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국민일보 2022 국민미래포럼’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제 진의를 호도하고 왜곡하면 안 된다”며 “제발 공부들 좀 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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