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대표변호사 문무일 전 검찰총장

대검 DFC 설립 주도·과학수사 전문가

퇴임후 고려대 컴퓨터학과 석좌교수

세종 합류전 ‘투명경영연구소’ 설립

소유-경영 분리...신뢰의 툴 역할 연구

포렌식, 기업거래 분야에도 활용 강조

문무일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가 5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있다. 임세준 기자
문무일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가 5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있다. 임세준 기자

“미국 같은 나라에선 300년 전부터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왔습니다. 소유-경영이 분리되려면 소유자와 경영자 사이를 메꿔주는 신뢰의 툴(tool)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야기는 많지만 아직 잘 안 되고 있으니 우리가 그 신뢰의 툴이 돼 보자고 과거 함께 일했던 분들과 뜻을 모아 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검찰총장 퇴임 후 3년 만에 법무법인 세종에 합류한 문무일(61·사법연수원 18기) 대표변호사는 “포렌식은 형사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 필요하다”며 검사 시절부터 자신의 ‘전공’이던 디지털 포렌식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문재인정부 첫 검찰총장을 지낸 그는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DFC) 설립에 관여한 과학수사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기업 내에서 생긴 다툼이나 기업 간 분쟁이 생겼을 때 포렌식으로 자체 점검을 먼저 하고 대비에 나서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법정으로 가지 않더라도 명확한 분쟁 해결책이 된다고 설명한다. 문 대표는 “형사 분야 외에 민사, 행정, 기업 거래 분야에도 포렌식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문 대표의 합류 소식이 알려지면서 로펌업계에서는 세종이 특수수사 사건을 비롯한 형사사건 송무·자문은 물론, 포렌식 업무 전반의 대응력이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008년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이가 문 대표이기 때문이다. 2005년 새로 만들어진 대검 과학수사2담당관 자리에 문 대표가 발탁되면서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 설립은 급물살을 탔다. 당시 문 대표는 국내에서 독자적인 포렌식 기술을 개발해야 ‘수사 주권’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하며 다른 부처 설득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문 대표는 문서 시대에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듯, 사회가 디지털화하면서 문서를 추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수사와 재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이야 매우 당연하게 활용되지만 당시만 해도 검찰 내에서조차 디지털포렌식은커녕 포렌식이란 말도 익숙지 않은 검사들이 많던 때였다. 문 대표는 “프로그램 짜는 분들, 사이버 보안 하는 분들, 컴퓨터 공학하는 분들 등등 해서 컴퓨터 관련 교수님은 거의 다 만났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2019년 검찰총장 퇴임 후 모교인 고려대에서 컴퓨터학과 석좌교수를 맡았던 것도 문 대표의 이러한 관심사가 반영된 행보였다. 대법관, 헌법재판관이나 법무·검찰 고위직을 지냈던 법조인들은 퇴직 후 법학전문대학원이나 법대에서 석좌교수를 맡는 게 일반적이다. 전직 검찰총장이 컴퓨터학과에서 석좌교수를 하는 건 이례적인 셈이다. 이같은 행보는 본격적인 로펌 생활을 세종에서 시작하는 계기로도 이어졌다.

문 대표는 “작년 가을에 고대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컴퓨터 윤리학’이라는 강좌를 맡아서 70% 정도 강의를 했다”며 “4차 산업혁명 관련 자료를 보면서 컴퓨터, 법과 윤리를 어떻게 매칭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세종에서도 이 분야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열린 마인드였다”고 했다. 8월 세종에 합류한 그는 “세종이 미래를 대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로펌으로 탈바꿈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며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스터디그룹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한 상태”라고 밝혔다.

문 대표는 세종에 합류하기 전 ‘투명경영연구소’라는 경영 컨설팅 기관을 설립했다. 과거 대검 특별수사지원과장 시절 만들었던 회계분석 수사팀과 디지털 분석팀에서 함께 일했던 전문가들이 다시 모여 의기투합 했다.

문 대표는 회계 분석과 경영상태 점검으로 소유-경영 분리를 활성화하면 기업 경영은 물론 사회적 투명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이 연구소도 문 대표가 설립했지만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세종과는 전혀 별개의 법인이지만, 필요에 따라 문 대표를 가교로 업무를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표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때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던 검·경수사권 조정이 지난해 시행되면서 형사사법제도는 크게 바뀌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제한을 골자로 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개정하고, 법무부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통령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형사사법제도는 1년 8개월 만에 또 한 번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형사사법제도를 두고 “무엇보다도, 범죄를 딱 잘라 범주화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현행 제도가 검사의 직접수사 가능 범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정하고 있는데 이런 식의 분류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10일부터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축소되는데 범죄 분류를 두고 이미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문 대표는 “어떤 범죄자가 분류된 범죄만 하나. 하다 보니 그런 범죄가 생기는 것 아니냐”며 “문언에 ‘~등’이 있냐 없냐가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10일부터 시행되는 수사 개시 검사-기소 검사 분리를 두고서도 “논리적으로 재판과 판결 선고를 분리하는 게 가능하냐”며 “국민들을 상대로 혹세무민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표는 30년 가까이 몸담았던 검찰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검찰에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문 대표는 “중립을 하면 공정은 따라온다”며 “첫째도 중립, 두번째도 중립, 세번째도 중립”이라고 강조했다. 2019년 5월 검·경 수사권 관련 기자간담회 도중 당시 총장이던 문 대표가 ‘검찰이 정권에 휘둘린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양복 재킷을 벗어 흔든 것은 유명한 일화다. 당시 문 대표는 “뭐가 흔들립니까? 옷이 흔들립니다. 어디서 흔드는 겁니까”라고 말했다. 누가 검찰을 흔들었는지 봐달라는 ‘퍼포먼스’였다.

문 대표는 “정치적 중립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의 중립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약자의 편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검찰의 잘못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형제복지원 사건을 비롯한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던 첫 검찰총장이기도 하다.

문무일 대표변호사는 ▷광주제일고 ▷고려대 법대 ▷사법연수원 18기 ▷대구지검 검사 ▷대검 특별수사지원과장 ▷대검 과학수사2담당관 ▷대검 중수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선임연구관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서울서부지검장 ▷부산고검장 ▷검찰총장 ▷고려대 정보대학 컴퓨터학과 석좌교수 ▷투명경영연구소 의장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안대용·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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