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 딱 3년 만에

‘비대면 졸업생’도 500명 참여

‘필즈상’ 허준이 교수도 축사

29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후기졸업식에 참석한 졸업생과 가족이 사진을 찍고 있다. 박혜원 기자
29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후기졸업식에 참석한 졸업생과 가족이 사진을 찍고 있다. 박혜원 기자

[헤럴드경제=김빛나·박혜원 기자] “올해도 비대면 졸업식이라면 아쉬울 뻔했는데 대면으로 하니 아무래도 가족들이 모이는 계기가 돼 좋아요.”

29일 오전 ‘제76회 후기 학위수여식’이 열린 서울 관악구 서울대 종합체육관. 학사모를 쓴 유재경(29) 씨는 3년 만에 열린 대면 졸업식이 마냥 반갑다. 이날 서울대는 학사 959명, 석사 1041명, 박사 700명 총 2700명에게 학위를 수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으로 학위를 받았던 졸업생도 초청돼 500명가량의 졸업생이 학위수여식에 참석했다. 서울대에 따르면 비대면 학위수여식으로 졸업한 졸업생(2020년 2월~2022년 2월)도 행사에 초청됐다.

오랜만에 열린 졸업식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 모두 사진을 찍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환경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박지현(26) 씨는 “가족들과 간소하게 졸업을 기념하러 왔다. 사람들이 많아 정신 없지만 기분 좋다”고 말했다. 박씨의 아버지도 “졸업식에 오니 실감이 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자녀의 졸업을 축하하러 온 배은순(67) 씨는 “학과 MT나 축제 같은 행사들이 모두 취소돼 아들이 많이 아쉬워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제한이 풀리면서 졸업식이라도 직접 챙겨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 졸업식 축사는 2007년 졸업생(물리·천문학부 학사)이자 ‘필즈상’ 수상자인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맡았다. 허 교수는 “제 대학생활은 잘 포장해서 이야기해도 길 잃음의 연속이었다”며 “똑똑하면서 건강하고 성실하기까지 한 주위 수많은 친구를 보면서 나 같은 사람은 뭘 하며 살아야 하나 고민했다”고 축사를 시작했다.

허 교수는 “지금 듣고 계신 분들도 정도의 차이와 방향의 다름이 있을지언정 지난 몇 년간 본질적으로 비슷한 과정을 거쳤으리라 생각한다”며 “이제 더 큰 도전, 불확실하고, 불투명하고, 끝은 있지만 잘 보이진 않는 매일의 반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생각보다 힘들 수도, 생각만큼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도전하라’는 조언이 좋아보이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제로섬 상대평가의 몇 가지 퉁명스러운 기준을 따른다면 일부만이 예외적으로 성공할 것”이라며 “나는 커서 어떻게 살까, 오래된 질문을 오늘부터 매일이 대답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말라”며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날 졸업식에는 민주화운동 당시 사망 등의 사유로 제적돼 졸업하지 못한 7명의 민주화 열사에게도 명예졸업증서가 전달됐다. 78학번 경제학과 김태훈·사회학과 김학묵, 83학번 국문학과 박혜 열사의 유가족에게 명예졸업증서가 전달됐다.

한편 거리두기 해제로 서울 시내 대부분 주요 대학은 후기 학위수여식을 대면으로 열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이화여대, 연세대, 25일에는 성균관대 등이 ‘2022학년 후기 학위수여식’을 대면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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