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K클래식 제너레이션’
티에리 로로 감독 인터뷰
독특한 K클래식 시스템
한국 클래식 성장 이끌어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난 20년간 주요 음악 콩쿠르에서 한국인 700명이 결선에 올랐고, 110명이 우승을 차지했어요. 이 현상이 한국에선 당연한 일일지 몰라도 벨기에를 포함한 유럽인에겐 미스터리였어요.”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 우승 황수미, 2015년 쇼팽 국제 음악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 조성진, 201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우승 임지영은 물론 2022년 밴 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로 이름을 올린 임윤찬까지….
최근 한국을 찾은 티에리 로로 감독은 한국 클래식의 이러한 성과를 “세계적 인기의 K팝에 비유해 K클래식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벨기에 공영방송 RTBF의 클래식 음악 전문 프로듀서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티에리 로로는 한국 클래식에 대한 영화를 두 편째 선보이고 있다. 2012년 ‘한국 클래식의 수수께끼’에 이어 오는 31일 개봉을 앞둔 다큐멘터리 영화 ‘K클래식 제너레이션(K-Classics Generation)’이다. 영화에선 조성진, 황수미, 임지영, 문지영(2015 부조니 콩쿠르 우승), 에스메 콰르텟(2018 영국 위그모어홀 국제 현악사중주 콩쿠르 우승)의 이야기를 담았다. 로로 감독은 2019년 7월부터 12월까지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이들의 여정을 함께 했다.
1996년부터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중계를 담당하고 있고, 12년간 무려 17번이나 방한해 ‘한국 클래식의 성장’을 지켜본 로로 감독은 유럽에선 찾지 못한 독특한 ‘K클래식 시스템’을 발견했다. 가정, 학교, 국가의 세 축이 완벽하게 합을 이룬 시스템으로, 로로 감독은 “영재 교육, 가족의 헌신, 정부 지원”의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몬트리올(피아노 김수연), 부조니(피아노 박재홍), 퀸 엘리자베스(첼로 최하영), 밴 클라이번(피아노 임윤찬) 등 최근 4대 경연에서 우승한 연주자들은 한국예술영재교육원 출신”이라며 “대학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 한국의 영재 교육 시스템은 유럽에선 볼 수 없는 형태의 지원이다. 유럽의 경우 성공으로 가는 머나먼 길을 혼자 이뤄야 하는데, 한국에선 시스템 안에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2008년 생긴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하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은 재능 있는 아이들을 발굴해 무상으로 교육을 제공, ‘지속가능한 클래식’ 생태계를 가꿔왔다.
학교가 교육을 제공한다면, 집안에선 헌신과 희생이 따랐다.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고 수많은 경연에서 성취를 이루는 모든 과정은 부모의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다큐멘터리에서 임지영의 부모는 그가 콩쿠르에서 우승하던 때를 떠올리며 눈물을 떨어뜨린다. 로로 감독은 “한 명의 클래식 음악가가 탄생하는 과정은 가족 프로젝트와 같다”며 “아이의 미래가 가족의 미래가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유럽에는 발견할 수 없는 이 모습을 보며 우리는 너무나 개인적인 사회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교육과 가족의 헌신을 바탕으로 성장한 음악가는 정부의 지원을 통해 세계 무대로 향하는 발판을 마련한다. 로로 감독은 “콩쿠르 이후에도 정부의 지원, 해외 소재 문화원들이 한국의 연주자를 알리는 무대를 마련해 유럽에서 한국 연주자를 보는 것이 익숙해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것은 개인의 성취이자 성공이면서도 그 이상의 것이 있어요.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이러한 시스템이 젊은 음악가를 꾸준히 발굴하고 양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뛰어난 음악성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지만, 경연 중심의 ‘성과주의’에 대해선 우리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로로 감독은 “하루에 아홉 시간씩 연습하는 혹독한 과정이 유럽의 관점에서도 이해하긴 쉽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이것 역시 음악가로의 도약을 위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과거의 엄격한 연습이 지금은 각자의 개성을 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돼 완전히 부정적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다큐에선 한국인 음악가들이 어떻게 우승을 하고, 어떤 음악을 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로로 감독은 지금의 K클래식 세대는 과거와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현재의 음악가들은 “테크닉을 넘어 음악을 통해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고 각자의 것을 발산하는 표현력을 갖추고 있는 세대가 됐다”고 했다.
“이러한 젊은 클래식 스타들의 탄생으로 미래 세대들이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는 열기를 확인했어요. 유럽과 달리 한국은 클래식 음악 관객이 굉장히 젊어요. 그래서 유럽 음악가들은 한국에 오면 록스타가 된 것 같다고 해요. 이들 관객과 연주자를 모두 합쳐 K클래식 세대라고 볼 수 있어요.”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