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핵심 모델에 우선 배분
상반기 330만대 판매...2단계 도약
“美 전기차 3~4년 뒤 출시 본격화
미래 경쟁대비 인재양성 투자를”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닥친 반도체 부족 위기 속에서 지난 상반기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톱 3 자리에 올랐다. 정의선(사진) 현대차그룹 회장의 리더십 아래 진행된 반도체 공급망 확보와 유연한 생산관리가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다.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올해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은 329만9000대로 일본 토요타그룹 513만8000대, 독일 폭스바겐그룹 400만6000대에 이어 3위로 집계됐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314만대), 스텔란티스(301만9000대)가 그 뒤를 이었다. ▶관련기사 11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0년 미국 포드자동차를 제치고 처음으로 글로벌 5위 완성차 업체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역시 연간 666만7000대를 판매하며 5위를 지켰지만 지난 상반기에는 12년 만에 두 계단을 뛰어올랐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차질을 겪는 동안에도 현대차그룹의 위기관리 능력은 빛났다.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1% 감소했는데 이는 다른 완성차그룹의 감소 폭에 비해 월등히 적었다. 토요타그룹이 6% 판매량이 감소한 것을 비롯해 폭스바겐(14%), 스텔란티스(16%), 르노-닛산-미쓰비시(17.3%), 제너럴모터스(18.6%) 등 대부분 완성차그룹이 10% 이상의 큰 판매량 감소를 겪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매주 전사 차원의 공급망 관련 회의를 이어왔다. 특히 반도체 기업이 집중된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수시로 임원을 파견해 차량용 반도체 확보에 전력을 다했다. 반도체 확보에 그룹의 사활이 걸렸다는 정 회장의 판단에 따른 조치다.
이렇게 확보한 반도체는 각 차종별 수요량을 실시간으로 계산해 수익성이 높거나 대기수요가 몰린 핵심 모델 위주로 배분했다. 생산 효율도 고려했다. 특히 차량 별로 사양이 비슷한 마이크로콘트롤유닛(MCU)는 차종 별 우선순위를 두고 생산에 투입했다.
전기차를 필두로 한 친환경차 판매에 매진한 것 역시 글로벌 톱3 달성에 한몫 했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11만6000여대, 10만8000여대의 친환경차를 수출했다. 두 회사의 상반기 친환경차 수출량이 20만대를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전기차 수출은 총 9만5000여대로 전년 대비 54%나 증가했다.
그 결과 현대차그룹은 상반기 유럽 친환경차 시장에서 점유율 11.5%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미국에서도 1~5월 2만7000여대를 판매하며 테슬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세단형 전기차 아이오닉 6가 출시되면 친환경차 판매에 더욱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상대적 우세가 장기화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의 선전은 코로나19 이후 자동차 시장의 양적 성장이 붕괴된 가운데 나온 ‘반사이익’인 측면이 크다”면서 “미국에서 전기차 출시가 본격화되는 3~4년 뒤엔 강력한 경쟁에 직면하는 만큼 친환경차 관련 인력 양성과 협력업체의 전동화 전환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호연 기자
why3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