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지원법’ 통과...국내기업 영향은
반도체 동맹 ‘칩4’ 참여 압박은 더 세질 듯
미국의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 및 중국의 반도체 굴기 견제를 위한 ‘반도체 칩과 과학법’(반도체 지원법)이 사실상 통과 수순을 밟는 가운데 실제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도 수혜가 예상된다. 미국은 한국에 반도체 동맹인 ‘칩(Chip)4’ 참여 압박의 강도를 높일 수 있게 됐고 이에 대한 기업들의 전략마련도 요구된다. 28일 주요 외신 및 재계에 따르면 미 상원의회는 27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반도체 지원법을 찬성 64대 반대 33으로 가결하고 법안을 하원으로 넘겼다.
법안 통과로 미국 내 대규모 시설투자를 진행·계획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연방정부의 대규모 지원 혜택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 법은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설 지원 390억달러, 연구 및 노동력 개발 110억달러 등 반도체 산업에 520억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 공제를 적용하고 연구 증진에 2000억달러를 투입하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2조원)를 들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이미 오스틴에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는 최근 텍사스주에 테일러 신공장 9곳에 1676억달러(약 220조원) 오스틴 신공장 2곳에 245억달러(약 32조원)를 투자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세금 감면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총 1921억달러에 이르는 규모로 투자를 확대할 경우 480억달러에 대한 세액공제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에 220억달러(약 29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SK그룹도 이 법의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는 전체 투자액 중 70%인 150억달러(약 20조원)을 반도체 분야에 투자하는데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메모리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과 연구개발(R&D) 센터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인텔의 낸드사업부를 인수하고 미국에 솔리다임을 출범시킨 SK하이닉스는 미국 시장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이석희 사장이 솔리다임 의장을 맡으며 미주 R&D 센터 설립 등 ‘인사이드 아메리카’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미 반도체 지원 법안은 미국의 부족한 반도체 제조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생산 설비투자에 보조금과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것”이라며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전자는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에 의한 생산기지 현지화로 고객기반 확대에 따른 중장기 수혜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업계가 우려했던 ‘가드레일 조항’은 다소 완화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조항은 기업이 미 연방정부 지원을 받으면 중국 반도체 산업에 투자를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보조금을 받을 경우 중국 공장 운영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가드레일 조항 유지를 밝혔으나 미 반도체 업계는 이에 반대했다.
미국 주도로 한국, 일본, 대만이 참여하는 칩4 동맹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반도체 지원법과 칩4는 모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경제안보 전략으로 반도체 지원법으로 동맹을 끌어들이고 칩4 강화로 중국에 맞서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반도체 뿐 아니라 안보 및 경제 전반에 미치는 이해득실을 따져 참여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기업들은 정부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으면서도 전략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화상면담을 진행한 이후 한 행사에서 칩4와 관련해 “약간 조심스럽기는 한 얘기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것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았다”면서 “정부가 잘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문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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