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홈닥터 김지연 대표 인터뷰
침구 ‘그라운딩’ 기술 국내 최초 특허
근육통 완화 입증...수면의 질 향상도
올 초 CES 참가로 해외진출 가능성 터
美 지사 설립...내년 상반기 선적 목표
‘잠이 보약’이라는 상투적인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수면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인체의 회복에서 기억, 면역, 에너지 보존, 감정 조절 등 수면의 역할은 다양하다.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삶의 질과 직결되는 편안한 잠에 주목하는 건 당연하다. 이는 수면과 관련한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이유와도 연결된다. 한국수면산업협회 발표에 따르면 국내 수면 관련 시장 규모는 2011년 4800억원 수준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 3조원까지 늘었다. 수면(Sleep)과 경제학(Economics)을 합친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월드홈닥터는 지난 1996년 침구전문 개인사업으로 시작해 2015년 김지연 현 대표 취임 이후 법인 전환과 함께 사업을 본격화했다. 월드홈닥터의 기능성 슬립케어 브랜드인 ‘닥터프렌드’의 침구와 베드에는 ‘그라운딩(Grounding·접지)’ 기술이 적용됐다. 유사 제품이 시장에 존재하지만 국내 침구업계에선 최초로 발명 특허를 획득한 기술이다.
그라운딩 또는 ‘어싱(Earthing)’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전기생리학의 개념으로 설명된다. 인체는 전기가 통하는 전도체이며, 각각의 세포들은 음전하와 양전하로 이뤄졌다. 이처럼 인체의 전도성을 활용해 세포들의 전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바로 ‘그라운딩’이다.
바닷가 모래사장이나 들판을 맨발로 걸을 때 상쾌함을 느끼는 이유는 지표면의 에너지를 통해 신체의 전위 조절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 세포 내 음전하가 부족해지면 통증이 생기거나 질병에 걸리기 쉬운 상태가 되는데 그라운딩을 통해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지연 대표는 “2015년 법인 전환 당시만 해도 기능성 매트라고 하면 시중의 온열매트나 음이온매트 등을 먼저 떠올렸지, 그라운딩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소비자는 많지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코로나19 등으로 개인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수면에 대한 니즈가 변화하며 슬립케어 수요도 늘어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닥터프렌드의 ‘어싱닥터프렌드’ 매트는 의료용자기발생기기로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에서 근육통 완화 효과를 인증받은 의료기기다. 또 그라운딩을 실현시키는 ‘G-플러그’는 스마트폰, 컴퓨터, 전기장판 등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등을 차단하고 낮 시간 동안 과도하게 축적된 플러스 전하를 해소하는 기능을 한다. 월드홈닥터는 2016년 어싱매트리스 발명특허, 2017년 의료기기 제조업 허가 및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적합인정서(GMP)를 획득했다. 이같은 그라운딩 기술을 통해 통증 완화 뿐 아니라 체내의 전하 불균형을 개선해 수면의 질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어싱매트리스의 슬립케어 효과는 다수의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월드홈닥터가 경희대, 카톨릭대 의대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그라운딩매트를 일정 기간 사용한 실험군에서 뇌를 각성시키는 물질인 ‘오렉신’이 4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스트레스 세포가 약 22% 감소하는 항불안효과도 나타나 수면의 질을 향상시키는 효능을 확인했다고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해당 논문은 현재 SCI급 국제학술지에 투고돼 심사가 진행 중이며 논문 게재 완료 이후 국내 대학병원과 협력해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도 실시할 계획이다.
김지연 대표는 이같은 기술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하기 위해 올해 초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 2022’에 참가하는 도전에 나섰다.
수면 유도 조명이나 음향기기 등 IT에 기반한 수면관련 업체들은 있었지만, 침구 제품으로 CES의 문을 두드린 것은 월드홈닥터가 거의 유일했다. 내세울만한 국내 실적도 아직 부족한 중소기업이 세계 시장에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비용과 자원 면에서 큰 부담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김 대표는 “CES 첫 참여부터 바이어를 만난다거나, 수출을 성사시키겠다는 욕심은 갖지 않았다. 단지 세계 시장에 혁신적인 그라운딩 베딩 기술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을 경험하는 것에 의미를 뒀다. 다행히 많은 미국 현지 소비자들이 이미 그라운딩의 개념을 알고 있었고, 제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도 큰 수확”이라고 자평했다. 월드홈닥터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업그레이드 된 그라운딩 베딩 기술로 CES에 참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수면관련 센서가 적용된 그라운딩 매트와 플러그를 개발하고 있다. 매트리스에서 잠을 잘때 체온이나 몸의 뒤척임을 데이터화해 수면 패턴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향후에는 센서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한데 모아 수면은 물론 헬스케어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라운딩 매트의 기술력이 입소문을 타며 회사 매출도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법인 전환 이후 매년 20~30%씩 매출 신장이 이뤄지며, 지난 2020년 처음으로 연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구매층이 다변화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5060 여성이 주를 이루던 주 고객층이 40대 이하로도 늘고 있다. 월드홈닥터는 기존 오프라인 판매망과 더불어 온라인 판로 확장과 수출에도 힘을 쏟겠다는 전략이다.
CES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미국 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방안도 착수했다. 우선 이르면 연내 미국 한인 시장을 타깃으로 캘리포니아 지역에 현지 지사를 열 계획이다. 또 그라운딩을 가능하게 해주는 ‘G-플러그’의 미국 현지 인증 작업도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인증 절차가 마무리 될 것이며, 내년 상반기 첫 수출을 성사시키겠다는게 김 대표의 각오다.
김 대표는 “올해 200억 매출 달성을 시작으로 글로벌 수출 계획이 계획대로 이뤄지면 향후 5년내 매출 1000억원 달성도 꿈이 아닐 것”이라며 “혁신이라는 게 항상 지금까지 없던 기술을 만들어내는 거창한 것만이 아니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기존의 기술을 활용해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도 또 다른 혁신”이라고 말했다.
유재훈 기자
igiza7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