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장회의 관련 무더기 감찰 반발에
尹 “행안부·경찰청서 필요한 조치할 것”
경찰 내부에선 징계·감찰에 ‘윗선’ 의혹 커져
1인 시위 시작…30일 경감·경위회의 예고도
경찰국 신설안에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나와
‘회의 주도’ 류삼영 총경도 “법적다툼 있을 것”
[헤럴드경제=정윤희·강승연 기자]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사상 처음으로 개최된 전국경찰서장회의의 후폭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경찰청이 회의 주도자와 참석자에 징계·감찰로 강경 대응하자, 경위·경감급 간부들까지 집단행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 등 되려 사태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 행안부 등 ‘윗선’ 지시가 있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오전 출근길에 경찰국 관련 경찰 반발 확산과 관련해 “행안부·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해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에게 내부 반발을 서둘러 해소하라는 지시로 풀이된다.
앞서 총경급 경찰 간부들은 지난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전국경찰서장회의를 열고 행안부가 추진하는 경찰국 설치와 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안에 대해 “이 같은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서 부적절하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회의 현장에는 전국의 총경 56명이 모였고, 140여명이 영상을 통해 비대면으로 참석했다. 회의에 공감하는 취지에서 발송된 화환은 참석자가 보낸 것을 포함해 357개였다.
이후 경찰청은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을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로 대기발령 조치하고 회의 참석자 56명에 대해 감찰에 착수했다. 회의 도중 해산을 지시했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아 국가공무원법상 복종 의무를 위반했다는 게 근거다.
경찰 관계자는 “감찰 활동은 해산 지시 대상인 현장 참석자로 보고, 화상 참석자, 직장협의회(직협) 응원자, 화환 발송자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이 같은 조치에 대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경찰 내부망에는 “나도 대기발령하라”는 항의 글이 빗발쳤고, 경찰청 앞에서는 1인 시위가 시작됐다. 오는 30일엔 경감·경위를 대상으로 하는 전국현장팀장회의가 열려 징계·감찰 정당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가 행안부 경찰국 설치 시 벌어질 ‘예고편’에 불과하다며 행안부가 징계·감찰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당초 윤 후보자가 이날 류 총경을 만나 회의 결과를 보고받기로 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징계 절차를 진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런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오는 8월 2일 출범하는 경찰국은 행안부 장관이 보유한 총경 이상 경찰 임명제청권에 따라 인사 분야만 다루지만, 경찰제도 발전위원회에선 감찰·징계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어서 향후 감찰·징계도 행안부에서 공식 지시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행안부는 이번 사태에 침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윤 후보자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더라도 조직 통솔과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행안부가 ‘경찰 길들이기’에 나선 상황에서 경찰청장 후보자가 정권 의중에 따라서만 움직이고 있다”며 “앞으로 지휘부에 대한 불신만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 후보자는 이날 서면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의 이러한 모습이 지속돼 집단반발로 비춰지는 등 국민의 우려를 야기해서는 안 된다”며 “현장과 진심을 담아 소통하고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경찰제도 개선방안들이 기본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경찰청은 이번 총경급 회의와 관련한 국민적 우려를 고려하여 서한문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모임 자제를 사전 요청했다. 회의를 주도하는 류삼영 에게 ‘즉시 모임을 중지할 것과 참석자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해당 지시를 거부하고 참석자들에게 즉시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채 모임을 강행했다. 이를 경찰청장 직무대행의 지시명령과 해산지시를 불이행한 복무규정 위반으로 판단했다”며 “류 총경이 한 지역의 치안을 총괄적으로 책임지는 경찰서장으로서 직무에 전념하기 어렵다고 판단돼 대기발령 조치했다. 향후 감찰조사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안부 경찰국 신설 시행령과 경찰청장 지휘규칙이 오는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8월 2일 공포·시행되는 가운데, 일선 경찰들의 법적 대응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류 총경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서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며 “국무회의를 통과한 안건들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법적 다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행안부는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해 경찰국 신설과 지휘규칙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수사권 확대로 비대해진 경찰권을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뜻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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