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가지 항목을 통해 신의 섭리를 증명한 17세기 천주교 교리서 ‘주제군징’이 다섯 명의 전문 연구자들의 협동 번역을 통해 ‘주제군징(主制群徵)­만물로써 신의 섭리를 증명하다’(전용훈 외 역주)라는 제목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출간됐다.

책 제목의 ‘주제(主制)’는 ‘주제자(主制者) 혹은 주제자인 신의 섭리’를 뜻하고, ‘군징(群徵)’은 ‘여러 증거를 통해 증명한다’는 뜻으로 ‘주제군징’은 ‘여러 증거를 통해 신의 섭리를 증명한다’는 의미다.

‘주제군징’은 르네상스 시대 유럽의 교리학자인 레시우스( 1554~1623)가 쓴 ‘무신론자와 정치가들에 대항한 신의 섭리와 영혼의 불멸성에 대한 논의’를 17세기 중국에서 활동한 독일 출신의 예수회 선교사 아담 샬(, 1591~1666)이 발췌해 수정·번역한 것이다.

아담 샬은 신이 ‘우주 전체의 완성’이라는 공적인 목적을 위해 만물을 창조했고, 이는 개별 사물의 모양, 구조, 활동 양상, 사물 간 관계 등에서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또한 개별 사물의 존재와 활동 양상을 통해 신의 존재와 섭리에 의해 사물들이 창조됐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한다.

이에 더해 중국의 유가 지식인들에게 기독교 신학을 설득하기 위해 유가 철학의 개념과 이론을 비판적으로 논의하는 독자적인 내용도 기술했다.

‘주제군징’의 다양한 내용 가운데 특히 17~18세기 한중일 학자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끈 것은 ‘인체의 목적으로 증명함(五以人身向徵)’ 부분으로, 인체의 구조와 생리활동이 모두 신의 존재와 능력에 대한 방증(傍證)임을 역설하는 내용이다.

아담 샬은 당대까지 밝혀진 의학 지식을 통해 인체의 각 부분이 훌륭하게 기능하도록 만든 신의 위대성을 드러내려 했다.

레시우스가 쓴 원서의 핵심 주제인‘영혼불멸론’에 관해선 간략히 다루는데, 아담 샬은 혼령 혹은 혼백을 기(氣)의 이합집산으로 보는 동아시아 유가철학의 혼백 개념이 물질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자신들의 영혼 개념과는 다르다고 보았다. 그에 따라 자신들의 영혼이 비물질성에 기초한 실체라는 점을 강조하며 영혼불멸론을 이해시키고자 했다.

한국에선 유학자 이익(1681~1763)이 ‘주제군징’ 서명과 함께 천문학적 내용과 서양 의학에 관한 내용을 초록한 것이 이 책에 관한 가장 이른 기록이다. 1791년에는 천주교 서적 소각령에 따라 외규장각에 소장돼 있던 ‘주제군징’이 불태워졌다는 기록도 있다.

이후 정약용(1762~1836)의 ‘의령(醫零)’(저술 연대 미확정)에 등장한다. 여기에는 “탕씨군징(湯氏群徵)”이라고 하여 인체의 구조에 관한 내용을 인용한다.

이번 번역본은 저자 아담 샬의 ‘소인(小引)’과 천주교 신자 이조백(李祖白)의 발문이 들어있는 유일 본인 바티칸도서관 소장 소인판을 번역 저본으로 활용, 라틴어본 원서를 참고해 번역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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