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경제성장, 일자리와 노동, 불평등과 불균형, 양극화와 빈곤. 갈등과 혐오, 인구감소, 도시화와 지역소멸, 기후변화, 재해, 재난, 생태계와 환경, 질병과 감염, 에너지와 식량, 안보와 외교. 너무나 크고 복잡한 도전과 변화가 한꺼번에 우리 앞에 닥쳐 있다. 우리가 해결해가야 할 문제다. 단어만 들어도 머리가 복잡해진다. 밀린 숙제를 잔뜩 쌓아놓고 있는 느낌이다. 다른 문제들과 중첩돼 이해관계가 얽히고 가치가 충돌하며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오래 묵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어 계속 반복하여 변화되며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이 중에서 특히 공공성이 강하고 파급성이 커 국가 수준의 대응이 필요한 문제들을 10개 분야에서 39개 국가난제로 분류하여 분석, 진단하고 있다. 난제의 지속성에 대한 경로 분석과 복잡성에 대한 형태 분석 등 난제 접근 연구방법론을 설계, 적용하는 과정을 거쳐 해결의 방향과 방안을 제시하는 등 국가난제에 접근하고 있다.

우리가 쌓아 온 문제도 있지만 바깥에서 오는 도전도 있다. 2000년을 시작하면서 전 세계가 함께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설정하여 개도국, 신흥국, 저개발국 등의 빈곤 퇴치와 경제개발을 목표로 공적 개발원조(ODA)를 중심으로 한 교육, 보건, 기술 등을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가 지원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2016년부터는 이를 지속가능 발전목표(SDGs)로 수정하여 모든 나라가 전 인류가 직면한 도전과제를 해결하는 노력으로 바꾸었다. 특히 과학기술 혁신이 주요한 문제해결활동으로 적극적으로 포함되고 있다. 과학기술 혁신이 기술개발 지원 수준을 넘어 정책의 설계와 연구개발 계획, 공동 기술사업화 등 과학기술 정책 전체 분야에서 호혜적 파트너십으로 진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기술패권경쟁 같은 새로운 정치·경제·사회적 위기와 전환이 함께 닥치면서 국제사회와의 공조의 중요성을 더욱 커졌다. 2021년 국가별 SDGs 이행평가에서 한국은 165개국 중 28위로, 경제 규모나 국가경쟁력 등의 수준에 비하면 K-SDGs를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다행히 우리나라 법제도가 정비가 되어 지난 1월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이 제정되었고 7월부터 시행된다.

국가난제와 글로벌 도전과제를 비교해보면 많은 문제 영역이 겹치고 우리나라 문제가 글로벌 사회의 변화와 도전으로 연결되어 있다. 국가난제와 글로벌 도전과제를 해결해가면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미래의 모습을 읽는 일이다. 사회경제적 문제해결과 과학기술 혁신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진화하는 양상을 띤다. 과학기술이 주는 유토피아적 희망을 바탕으로 디스토피아적 우려가 복합화되어 가능하다고 예측하는 다양한 미래를 수동적으로 대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미래로 방향을 적극적으로 설계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 기반 미래 연구의 결과를 과학기술 기본계획의 수립에서 이정표로 활용하며 동시에 지속가능 발전기본계획과 유기적 결합을 강화하는 것이 정책 추진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제고할 수 있는 핵심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다행히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지난 6월 발표한 2023년도 주요 연구개발예산 배분조정안에서 주요한 전략 방향으로 미래 선도와 임무 지향 연구개발을 채택했다. 과학기술 혁신이 국가난제와 글로벌 도전과제 해결 그리고 희망하는 미래로의 전진에 결합되어 난제와 도전을 헤치는 기술발전 임무를 지향하기를 기대한다.

문미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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