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길 위에서 총을 쏴 민간인을 죽인 경찰관은 경찰서로 혼자 차를 몰고 돌아 와 피묻은 손을 씼었다. 그리고 자기 총을 증거품 봉투에 넣고, 담당 조사관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담당 조사관은 그 자리에서 증거를 살피지도 않았고, 이 경찰을 조사하면서 대화를 녹취하지도 않았다’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비무장 십대 흑인 마이클 브라운을 총을 쏴 사살케 한 백인 경관 대런 윌슨 이 대배심에서 불기소 결정을 받은 지 사흘째인 2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전국적인 항의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국가’ 미국 경찰의 허술한 민낯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 대배심 결정 이후 입수한 증언 문건을 공개하며, 윌슨 뿐 아니라 사건 현장을 다룬 조사관들은 증거수집 등 법의학적 수사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지적했다.

문건에 따르면 새인트루이스 카운티의 메디컬이그재미너(법의관)의 한 조사관은 “윌슨이 범죄 현장에서 취해야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가해자인 윌슨이 총을 쏜 뒤 다른 경찰의 호송없이직접 운전해 경찰서로 돌아왔고, 경찰서에선 아무도 그의 피묻은 손을 사진으로 남기지 않았다. 이들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가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25년 경력의 베테랑 조사관은 카메라에 배터리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총격 현장의 사진을 찍지 않았으며, 대신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경찰서가 촬영한 사진에 의존해 조사했다고 증언했다.

윌슨이 브라운이 가격해 생겼다고 주장 한 머리 상처는 경찰서가 아닌 경찰공제조합(Fraternal Order of Police) 사무실에서 촬영됐다.

지역경찰들은 윌슨을 조사하면서 대화를 녹취하지 않았다.

한 신원을 밝히지 않은 한 FBI 요원은 윌슨이 총을 쏜 뒤 증거를 보관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피가 가져올 위험이 걱정돼 피가 묻은 손을 즉시 씼었다고 증언했다. 이 요원은 “그의 걱정은 증거가 아니라 생물학적 위험, 또는 혈액 위험”이라고 말했다.

법의관은 근거리 사격 시 보일 수 있는 반점적혈구(stippling)이나 옷 위의 화약 잔여물을 살펴 보지 않았다. 결국 부검을 통해 반점적혈구가 발견됐다.

검사가 새인트루이스 카운티 지역 경찰들에게 윌슨의 대화를 녹취하지 않은 점 등 절차상 의문을 제기하자, 이들은 “우리는 녹취하지 않는 게 보통”이라고 답했다. 검사가 또 왜 윌슨에게 증거를 스스로 다룰 수 있게 허락했는 지 묻자, 사건 직후 윌슨을 맡았던 담당 경찰은 “윌슨은 내게 무기를 쌌으며 증거품 봉투에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 당시에 나는 그 증거를 점검하지 않았고, 그 뒤에 했다”고 답했다. 이어 검찰이 “사건과 관련 있는 사람이 증거품인 총을 자신이 직접 다루는게 관례냐”고 묻자, 관련해서“어떤 정책이나 절차”가 있는 지 알지 못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WP는 윌슨을 담당한 조사관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았다며 “이 조사관 중에선 38년 경력의 베테랑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고 직후 윌슨이 차 안에서 밖으로 총 한발을 쐈다고 말했다고 전했지만, 이후 윌슨은 차안에서 두발을 쐈다고 증언했다.

미국에선 이 참에 지역 경찰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을 해야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17년 경력의 로스앤젤레스 경찰관인 서닐 듀터는 WP에 기고를 게재해 시(市)-카운티-주(州)-연방의 단계로 분권화된 미국 경찰은 서로 권한이 겹치는 등 뒤죽박죽이라고 비판하며, “전문성이 떨어지고 비효율적인 지방경찰 제도는 이제 ‘화석’과 다름없다. 이제는 주(州) 단위에서 경찰력을 통합해 지휘해야 한다”며 지역경찰제 폐지를 거론했다.

NYT는 사설에서윌슨 경관이 구두명령, 손, 곤봉, 화학물질, 테이저건을 사용하지 않고 처음부터 총기에 손을 댄 점을 지적하며, 이번 사태의 핵심을 경찰력의 과도한 사용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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