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구석구석 엿보기

6·25참전서 전후복구까지 도운 혈맹국 ‘동양의 진주’서 부패정치로 亞최빈국 전락

‘대장금’·원더걸스등 한류 인기 타고 한국, 가족여행 희망지로 첫손

경제능력 따지는 한국 비자발급은 걸림돌 민관협력 통한 우회적 한류팬 유입 필요

필리핀은 한국전쟁 당시 군대를 파병해준 참전국이다. 공식적으로 7420명이 파병돼 398명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고, 전쟁 직후에는 쌀, 비누 등 생필품 지원과 복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고마운 형제의 나라다. 지금의 장충체육관이 필리핀 원조를 통해 건설되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처럼 대한민국에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해주었던 필리핀은 1970년대 이후부터 통치세력의 부패로 쇠락을 거듭하면서 지금은 아시아 최빈국 중 한 곳이다.

필리핀 사회구조를 보면 연간소득 1만6841페소(약 38만원) 이하 극빈층이 27.9%나 된다.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기준소득을 조금 상회할 정도의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필리핀에는 중산층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인구의 약 5%에 불과한 소위 150대 명문가가 국부의 76%를 소유하고, 그 나머지 24%를 95%의 국민들이 나눠 갖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생활형편이 어려워도, ‘동양의 진주’로서 문화를 꽃피우던 과거 정서가 아직 살아있기에 저가항공사의 증가와 함께 중단거리 해외여행을 나가기 시작하고 있다. 한류열풍이 뜨겁게 불면서 한국은 손꼽히는 여행희망지이다. 2003년 필리핀의 한 공중파 TV에서 장나라와 장혁이 주연했던 ‘명랑소녀 성공기’를 필두로 ‘겨울연가’, ‘대장금’ 등이 연이어 히트를 쳤다. 우리 드라마는 ‘코리아노벨라’(Koreanovela)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사랑받으며 지금까지 200여 편이 넘게 필리핀 안방을 지켜오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2009년부터 K-POP 열풍이 불어닥치면서 일본의 J-POP을 가볍게 밀어내고 ‘코리아노벨라’의 인기와 맞물리면서 본격적인 한류열풍을 이끌어가고 있다.

2009년 슈퍼주니어는 한국 가수 최초로 필리핀에서 10만장을 넘는 앨범 판매기록을 세웠고, 2010년 원더걸스의 ‘노바디’가 필리핀 대선 캠페인 송으로 선택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으며, 2013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정점을 찍었다. 당시 필리핀 전역에서 일명 ‘말춤’을 추는 광경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이후 K-POP,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한식, 한글, 한국의 화장품, 전자제품, 자동차 등 다방면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처음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던 한류는 점차 40~50대 중장년층으로도 파고들면서 한국으로 가족여행을 가는 수요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필리핀 국민들이 한국으로 여행을 가고 싶어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가 채 안되기에 선뜻 방문하기에 한국은 여전히 비싼 나라다. 게다가 한국을 방문하려면 비자를 받아야만 한다.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구비서류를 빈틈없이 준비해야 하는데 이들에게는 그것이 그리 간단치가 않다. 특히 재정능력 증빙 서류는 이들에게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2012년 5월 30일 한국관광공사 마닐라지사가 개소식을 가진때 필리핀내 한류열풍이 한창이었지만, 필리핀 팬들을 한국으로 편안하게 모시지 못하는데 대한 무거운 마음이 앞섰다. 비자발급 절차와 심사를 완화시키려고 한국대사관, 여행업자, 항공사 관계자들과 함께 정례 간담회와 설명회를 가지면서 필리핀과의 우정, 믿음,필리핀 국민들의 순수함, 한류를 매개로 한 열정적인 한국 사랑 등 입국을 까다롭게 할 필요가 없음을 강조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신용카드 회원에 대한 재정증빙 서류 면제 및 복수비자 발급 등 한걸음씩 문턱이 낮아지는 사이 제주도가 무비자 방문지역이 되면서 제주에만 가면 한국 본토 여행도 수월해지는 환경적 호재가 생겼다.

결국 지난해 7월 마닐라-홍콩 경유-제주도 무비자 관광상품이 필리핀에서 첫 출시됐고, 필리핀 한류팬들은 열광했다. 이어 마닐라-상하이 경유-제주도 노선이 대박을 쳤고 급기야 지난 4월 마닐라-제주 직항 전세기까지 취항했다. 한국관광명예홍보대사로 활동중인 필리핀 톱배우 제시 멘디올라를 ABS-CBN 지상파 방송사와 함께 제주도로 초청해 제주관광특집방송을 제작한 것은 앞으로 형제국 필리핀 사람들이 한국을 더욱 많이 방문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국가 브랜드와 신인도가 하루 아침에 높아지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그래서 외교정책의 개선은 더딜지 몰라도, 관광분야 민관이 힘을 합친다면, 우회로는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아직 미개척 지역이 있다면 관광분야의 노력으로도 국제정치적 장벽을 어느정도 낮출수 있을 것이다.

6·25전 참전국이었던‘ 동양의 진주’ 필리핀이 부패정치 영향으로 아시아 최빈국으로 하락했지만 거센 한류열풍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하는 국민이 많다. 경제수준까지 파악하는 까다로운 한국비자 발급 절차가 있지만 제주행 무비자 입국이 시행되면서 점차 방문이 수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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