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나토 정상회의 첫 다자 외교무대 데뷔 유력

美, 대중·대러 대응방안 포함 ‘전략개념’ 채택 공식화

삼각체제 핵심은 한일관계 개선…北 이슈 中역할 필수

“명확한 원칙 토대로 구체적인 의제 밀고 나가야”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승기를 거머쥔 윤석열 정부의 본격적인 외교전이 펼쳐진다. 먼저 이달 말 예정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다자외교전에 나설 예정이다. 북핵 대응력이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일본과의 관계 개선, 중국과의 관계 재정립 등 외교전략이 가장 큰 숙제다.

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되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의전 선발대를 현지에 파견할 계획으로, 취임 후 첫 해외일정을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외교가에서는 9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와 윤 대통령이 참석을 공언한 내년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을 굵직한 외교일정으로 꼽는다. 중국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도 관심으로, 성사된다면 서울에서 개최될 차례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는 올해 초청 대상국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올해만 6번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단행했고, 7차 핵실험이 임박한 상황에서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만큼 윤 대통령의 최대 외교 과제는 북핵 대응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일 삼각 동맹 체제의 본격 가동을 선언했다. 같은 달 25일 북한의 ICBM 및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대응에서 첫 한미일 공조 체제를 과시했다.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외교부 장·차관, 북핵수석대표까지 각 급 단위에서 한미일이 뭉쳤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미국이 추진한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이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북중러와 한미일의 대결구도는 고착화되고 있다.

이러한 한미일 삼각 체제에서 가장 큰 숙제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다. 한일 양국은 엄중한 국제 정세 속에서 조속한 한일관계 개선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일본이 여전히 양국 현안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역사 왜곡 교과서 문제를 비롯해 한국의 독도 인근 해양과학조사선에 대한 문제제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문제까지 민감한 현안은 여전히 평행선이다. 정부는 양국이 실무급 단위에서 ‘속도감 있게’ 소통을 해나가고 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양국 현안을 다루었다가는 자칫 역풍이 불 수 있는 문제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대중 정책도 숙제로 남았다.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 성격의 협의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한국이 초창기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중국은 잔뜩 날을 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북한의 우방국인 중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2일 양제츠(杨洁篪) 중국 정치국 위원과 유선협의에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대화에 복귀할 수 있도록 중국 측이 적극적·건설적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달 말 예정된 나토 정상회의는 이렇듯 한반도를 둘러싼 신(新)냉전구도 속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 개최된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윤 대통령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의 비회원국 정상이 초청됐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중국의 군사적 부상을 새로운 위협으로 규정하는 ‘전략 개념’(Strategic Concept)을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전략 개념’은 나토의 안보환경 평가와 중장기 전략을 담은 문서로, 미국은 2010년 이후 10년 만에 새로 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이 대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의제를 상정하고 만나는 정상회담을 하기에는 양국 현안에 대한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풀 어사이드’(pull aside·약식 회동) 형식의 만남 가능성도 언급된다.

전성훈 국민대 교수는 “한미관계와 한일관계는 맞물려 있기 때문에 한일관계 개선 없이는 한미관계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한중관계도 재설정해야 한다”고 꼽았다. 그는 “줄기가 흔들리지 않아야 나무가 크듯이 모든 정책은 기본이 중요하다”며 “명확한 방향과 원칙을 토대로 구체적인 의제로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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