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수주로 누적 30조원 육박…최근 3년치 매출 확보
총 84.5만L 세계 1위 설비…론자 등 경쟁사와 격차 확대
美 록빌 가동에 펩타이드 진출…차세대 영토 확장 가속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수주 시장에서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유럽 소재 제약사와의 신규 위탁생산(CMO) 계약 체결을 발판 삼아 고객사가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최소 보장 물량(MTOP) 기준 누적 수주 총액 220억달러(약 29조9380억원)를 돌파했다.
2013년 1공장 가동 초기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의 첫 수주로 글로벌 무대에 첫발을 뗀 지 13년 만이자, 창립 15년 만에 거둔 결실이다. 트랙레코드가 전무했던 신생 기업에서 출발해 글로벌 빅파마들의 필수 생산 파트너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일 유럽 소재 제약사와 934억7862만원(약 6875만달러) 규모의 의약품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2031년 12월 31일까지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누적 수주 총액은 220억1975만달러를 기록했다.
BMS 첫 수주서 누적 220억弗까지…‘락인’과 ‘스노우볼’의 결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누적 수주 220억달러 돌파는 15년 전 불모지에서 시작한 K-바이오 위탁생산 사업의 질적 진화를 상징한다.
2013년 7월 글로벌 제약사 BMS와 체결한 첫 상업 생산 계약은 회사가 글로벌 시장에 이름을 알린 결정적 계기였다. 당시 신생 위탁생산업체에 불과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공장의 우수한 가동 역량을 증명하며 이듬해 BMS와의 협력을 확대했고, 이는 글로벌 빅파마들의 연쇄 수주를 이끈 시발점이 됐다.
첫 수주 이후 13년간 축적된 품질 신뢰도는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로 이어졌다. 통상 5~10년에 달하는 장기 계약에 최소구매물량이 법적으로 보장되는 ‘MTOP(Minimum Take-or-Pay)’ 조건이 결합하면서 실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극대화했다. 고객사의 제품 개발 성공 등에 따라 향후 늘어날 수 있는 잠재 수주 물량까지 감안하면 실제 파이프라인 규모는 이미 240억달러를 훌쩍 웃돈다.
확보된 일감의 규모도 독보적이다. 반기말 기준 기납품액 117억6600만달러를 제외하고도 남아 있는 수주잔고는 약 100억달러(최소구매물량 기준)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연간 매출(4조5569억원)의 3배를 웃도는 확정 일감을 이미 선점했음을 뜻한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스노우볼 효과’의 가시화다. 신규 고객 유치뿐 아니라 BMS를 비롯한 기존 빅파마 고객사들이 상업화 단계에서 물량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계약 변경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서도 유럽 고객사와의 계약 금액이 2796억원에서 4007억원으로 증액되는 등 기존 고객이 더 큰 규모의 일감을 맡기는 선순환 구조가 안착됐다.
론자·후지필름 따돌린 ‘84.5만L’의 초격차
이 같은 수주 쾌거의 배경에는 선제적이고 과감한 설비 투자를 통해 구축한 ‘규모의 경제’가 자리 잡고 있다.
BMS 수주 당시 3만L 규모에 불과했던 1공장을 시작으로 2공장(15.5만L), 3공장(18만L), 4공장(24만L)을 잇달아 완공하며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기록을 경신해 온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5년 상반기 5공장(18만L) 준공에 이어 2026년 3월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 생산시설(6만L) 인수까지 마무리하며 총 생산능력을 84만5000L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글로벌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격차다.
현재 30만L 이상 대형 상업 생산능력을 보유한 글로벌 CDMO 기업 중 스위스 론자의 생산능력은 약 74만1000L 수준이며, 공격적으로 시설을 확장 중인 일본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약 26만L,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약 30만5000L에 머물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2위인 론자와도 10만L 이상의 격차를 벌리며 세계 1위 생산 리더십을 확고히 굳혔다.
‘초격차’에도 멈추지 않는 확장…록빌 인수 이어 펩타이드로
생산능력 글로벌 1위 왕좌를 굳혔음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확장은 멈추지 않고 있다.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생산 거점의 다변화와 차세대 모달리티(치료 접근법)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인수를 완료한 미국 록빌 시설은 회사의 첫 해외 생산 거점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확장법 232조 등 자국 우선주의와 의약품 관세 리스크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현지 생산 능력을 선제 확보해 글로벌 고객사의 리쇼어링 수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안전판을 마련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역시 보폭을 넓히고 있다. 2025년 가동을 시작한 항체-약물 접합체(ADC) 전용 생산설비에 이어 완제의약품(DP) 라인 구축을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다. 여기에 최근 스위스 펩타이드 CDMO 전문기업인 ‘폴리펩타이드 그룹’ 인수를 결의하며 최근 제약·바이오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비만·당뇨 치료제(GLP-1) 핵심 원료 시장으로 영역을 단숨에 확장했다.
국내 생산기지의 진화도 계속된다.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내에 18만L 규모의 6공장을 2029년까지 완공한다는 목표 아래 후속 증설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2013년 첫 고객사 BMS의 손을 잡고 출발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일 항체의약품 대량 생산을 넘어 항체와 ADC, 펩타이드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 CDMO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다음 15년의 성장판을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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