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윤심(尹心)’이다.
최근 며칠 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둘러싼 국민의힘의 갈지(之)자 행보를 요약하자면 그렇다. 국민의힘은 단 사흘 만에 여야 합의를 번복한 이유로 “선거·공직자 범죄가 제외된 데 대한 국민 우려가 크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을 듯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하고도 얘기가 됐다는데 뭐라 그러겠어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한테 전화를 걸어서 확인할 수도 없고”(국민의힘 A의원).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의원총회에서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를 의원들에게 설명하며 “인수위 측도 중재안 수용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인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이자 검사 출신인 권 원내대표가 중재안 수용을 설득하자 크게 이견을 내놓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는 전언이다.
그랬던 국민의힘 내 기류가 급변한 계기도 ‘윤심’이다.
‘소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윤 당선인과 가까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자 국민의힘은 혼란에 빠졌다. 이어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이 24일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의 우려’를 전하고, 한 후보자와 통화한 이준석 당대표가 “최고위원회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하자 ‘윤심’의 윤곽이 드러났다.
“권 원내대표가 어련히 잘 알아서 (윤 당선인과 소통)했겠거니 했다가 다들 깜짝 놀란 거죠”(국민의힘 B의원).
결국 국민의힘은 25일 최고위에서 중재안에 대한 재논의를 결정했다. 사실상 합의 파기다. 배 대변인은 같은 날 “(윤 당선인이) 정치권이 헌법가치 수호와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당이 무엇일지 중지를 모아주길 당부했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25일 오후 직접 인수위 사무실을 찾아 윤 당선인과 만났다.
절정은 26일 의원총회다. 당 안팎에서는 권 원내대표의 거센 책임론이 분출하는 상황이었다. 권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제 판단 미스”라며 “대단히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진 비공개 의총 첫 발언자는 윤 당선인 수행실장인 이용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라는 비판과 함께 권 원내대표에 힘을 실어주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윤 당선인이 권 원내대표에 대한 재신임을 당부한 것 아니겠느냐”(국민의힘 C의원)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의총은 결사항전을 다짐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법안을 “필리버스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법안처리를 강행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지만, 국민의힘이 입은 타격이 더 컸다는 평가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국정운영에 무한책임을 진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은 ‘예비 집권여당’이라기보다는 ‘윤심’에 촉각을 곤두세운 미어캣 무리를 연상시킨다.
배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정당은 청와대의 뒤처리를 하는 곳이 아니다. 국회도 청와대의 거수기, 흥신소가 아니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진지하게 곱씹어볼 말이다.
yuni@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