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경제 전문가’ 이왕휘 아주대 정외과 교수 인터뷰

“석유·가스·곡물가격 상승, 점차 커질 것”

“곡물시장 타격, 1년은 지나야 반영”…서민경제 여파 ‘우려’

코로나 진정세 속 확 오른 물가…“우크라전 영향, 시작 불과”[촉!]
우크라이나 전쟁 모습.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름값은 치솟으며 각종 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6주째에 접어들며 서민경제에 미칠 여파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이 밥상 물가에 미칠 영향과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이 교수는 국제정치 상황이 세계경제에 주는 영향을 연구하는 국제 정치경제 전문가다. 이 교수는 9일 헤럴드경제와 전화 인터뷰에서 “석유, 가스 등 에너지원과 곡물시장의 가격 상승이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우려했다.

코로나 진정세 속 확 오른 물가…“우크라전 영향, 시작 불과”[촉!]
세계적인 석유 공급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달 초 비축유 442만배럴을 방출하기로 한 데 이어 723만배럴을 추가 방출한다고 지난 8일 밝혔다. 같은 날 서울의 한 주유소 유가정보. [연합]

이 교수는 미국, 유럽 등이 러시아산 에너지원 수입 제재에 돌입했지만 그 효과가 아직은 약한 단계라고 봤다. 에너지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시장에는 갑작스러운 공급 중단 같은 급격한 가격 변동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20년 이상의 상품 공급을 미리 약속하는 장기계약시장이 있다. 이 교수는 “장기계약을 체결한 물량은 가격 변동이 없는 상태고 현물시장 쪽이 요동을 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가수요를 증가시켜 시장에 강한 충격을 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석유, 가스 등 자원 공급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 중 러시아산의 비중은 5%대지만 다른 국가들도 러시아산을 대체할 공급처를 찾고 있어 수급난이 발생하고 있다. 이 교수는 “에너지 가격 상승은 물류비, 연료비, 플라스틱 같은 석유화학제품 원가와 연결될 수밖에 없어 결국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예를 들면 화물차 운전기사들의 경우 미리 운송비 계약을 맺고 운행에 들어가는데 연료비가 너무 오르면 오히려 운송을 하는 게 손해인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정부가 보조를 통해서라도 물류대란과 운송 마비 상황을 막으려 하는 게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 진정세 속 확 오른 물가…“우크라전 영향, 시작 불과”[촉!]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왕휘 교수 제공]

이 교수는 일본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이런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본이 석유전·가스전이 있는 러시아 사할린섬에 대해서는 철수 등 제재를 결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 정부는 지난 8일 러시아산 석탄, 기계류, 목재 등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지만, 사할린 원유·가스 사업 철수에는 신중함을 보이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사할린섬으로부터 자국 내 LNG와 석유 등을 들여오고 있어서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밀, 옥수수 등 곡물 시장의 가격은 시차를 두고 시장에 타격이 커질 전망이다. 유럽의 곡창지대로 손꼽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로부터 한국이 직접 수입은 하지 않더라도 곡물 시장의 수요·공급 자체에 영향을 받고 있어서다.

이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로부터 곡물 수입을 많이 했던 튀니지, 이집트 등은 지금 벌써 충격을 느끼는 상태”지만 “한국 같은 경우는 지금 인상된 가격으로 계약이 이뤄지는 곡물이 단기로는 1년 이내 들어올 때 본격적인 가격 상승 여파가 시장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각종 물류비용 등이 올라 이미 곡물가공품의 가격은 상승해 왔다. 지난 8일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곰표 밀가루 중력다목적용 1㎏의 전국 평균 가격은 1476원으로 전년 동월(1359원) 대비 8.5%(116원) 상승했다. 오뚜기 부침가루 1㎏의 경우는 2825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2251원) 25%((584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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