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
“청년 공천 정당에 보조금 지급도”
[헤럴드경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해 세대 간 불평등을 줄이려면 한 사람이 평생 행사할 수 있는 투표권 총량에 제한을 두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또 청년층이 선출직 정치인으로 더 많이 진출하도록 청년을 공천하는 정당에 보조금을 지급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13일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제7차 미래전망 전문가 포럼'에 발표된 '세대 간 정의 관점에서 본 정치 대표성'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정치 영역에 나타난 중·장년층과 청년층 간 대표성 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제21대 국회의원 중 50대는 전체의 59%로 가장 많았고, 이어 60대 23%, 40대 12.7%였다. 반면 30대와 20대는 각각 3.7%, 0.7%에 불과했다. 이처럼 선출직 정치인 가운데 노년층이 과대 대표되는 경향은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따라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됐다.
한국의 생산연령인구(15∼64세) 비율은 1980년 62.2%에서 2020년 72.1%로 증가했다가 이후 계속 감소해 2060년에는 48.5%가 될 전망이다. 반면 1980년 3.8%에 불과했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60년 46.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위 연령도 1980년 21.8세에서 2020년 43.7세로 높아졌고, 2060년에는 61.2세에 이르게 된다.
고령층 유권자의 비율이 커지면 청년층의 입장이 정책 결정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고, 이는 다시 청년층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져 세대 간 불평등이 심화할 우려가 있다.
보고서는 정치 대표성 차원에서 세대 간 정의를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모든 유권자가 만 18세가 될 때 평생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딧(표의 수)을 받고 이후 선거에서 그만큼만 쓸 수 있는 '투표 총량제'를 제안했다.
유권자는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선거나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싶은 후보가 출마한 선거에 원하는 만큼 크레딧을 사용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다음 선거로 크레딧을 넘길 수 있다.
청·장년기에 표를 많이 행사한 유권자는 노년기에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표를 쓸 수 있으므로, 노년층의 인구 비율이 비대해질 미래 상황을 고려하면 더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이 실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청년 정치인을 더 늘릴 수 있는 방편으로는 청년추천보조금 제도가 언급됐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성·장애인 후보를 지역구에 공천하는 정당에 보조금을 주도록 하는데, 적용 대상을 청년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청년 할당제는 정당이 특정 성향을 가진 청년을 추천해 기득권의 정치 권력을 강화하는 데 오용될 수 있지만, 보조금 제도는 공천만 하면 되기 때문에 청년 정치인의 풀(pool)을 정당 차원에서 관리하는 등의 순기능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를 집필한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투표 총량제의 경우 전자투표제도와 같은 새로운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게 될 때 실현 가능성을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며 "소규모 집단 등에 적용해 장단점을 미리 확인하는 작업도 요구된다"고 했다.
이어 "청년추천보조금 제도에서 정의하는 '청년'이 어떤 연령대를 지칭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고, 정당에 제공되는 보조금 규모가 현저히 커져야 행동 변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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