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퇴직의 물결(Great Resignation). 텍사스 A&M 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앤서니 클로츠 교수가 만든 이 단어는 최근 미국 미디어에서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앤서니 교수의 예측대로 코로나19 이후 자발적으로 퇴사를 하는 이들이 많이 늘어나는 통계가 나타나면서부터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전체 노동자의 3%인 440만명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이다.

사람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로 좀 더 유연한 직장으로의 이직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여기서 말하는 ‘유연한 직장’이란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직장을 뜻한다. 미국에서 1만명의 노동자와 관리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미래포럼 주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가 원하는 장소에서 일할 수 있는 유연성을 원했다. 또 93%는 원하는 때에 일할 수 있는 유연함을 바란다고 밝혔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원격근무를 선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런 흐름이 점차 굳어질 가능성도 높다. 유연한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고 이러한 근무체계를 지원하는 등 변화에 적응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에 인재 확보를 두고 격차가 생길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트렌드를 생각하면 속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한국이라고 크게 다를 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즉 코로나19 시기 동안 사람들은 원격근무에 익숙해지면서 유연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는데, 기존의 직장을 벗어나 다른 곳보다 유연한 근무환경을 갖춘 직업을 선택하는 변화로 바뀌고 있다.

이제 이 변화된 상황을 여행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자. 작년 10월에 에어비앤비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 의뢰해 진행했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인 10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 중 35%는 만약 일과 거주, 여행 등 라이프스타일이 유연하게 바뀐다면 여행을 더 많이 갈 것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장소에서 여행하고 일하는 시간을 더 많이 쓰고(29%), 더 긴 기간 동안 여행을 할 것(27%)이며, 다른 도시로 가거나 집으로 돌아오는 시점을 확정하지 않은 채 여행을 할 것(27%)이라고 답했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47%는 여행이 휴가 때나 가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삶과 일상에 통합된 것으로 본다고 했다.

유연한 직업과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주거, 여행, 업무의 구분은 점차 모호하게 변할 것이다. 글로벌 화상회의 플랫폼 ‘줌’이 집에서 일할 수 있게 해주며 이 같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뒷받침 해준다면, 에어비앤비는 어떤 집에서도 일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할 수 있겠다. 에어비앤비는 어디에서든 살아가도록 하는 효과적인 주거 인프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트렌드의 변화라는 것은 그 변화에 대해 다수 대중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때 나타난다. 과거에는 원격근무 도구로 회의를 하자고 하면, ‘그게 뭐냐’, ‘오프라인으로 만나야 일이 되지 않겠냐’ 등과 같은 답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원격 회의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뉴 노멀’은 이런 식으로 일상 속에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다. 이 새로운 변화는 우리의 일상과 업무 환경에 혁명을 불러오고 있다. 그 혁명의 밑바탕은 바로 유연성이며, 이것은 여행자들이 특정 장소에 얽매이지 않게 해준다. 또 장기간의 여행 혹은 살아보기와 같은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아직 이 같은 변화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사람도 여전히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변화의 물길은 흐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으로 투표를 한다. 앞으로 대중의 마음을 얻어내는 기업과 국가는 어디일까. 코로나19 이후의 관전 포인트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스티븐 리우 에어비앤비 아시아태평양 정책총괄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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