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대우조선과 결합 불허 파장
기술 이전 등 EU 무리한 요구
점유율만으로 독점 평가 불합리
유효경쟁자 존재 여부가 더 중요
“비합리적 결정…시정요구할 것”
3년 동안 진행돼 왔던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을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불허하자 현대중공업은 직접적인 유감을 표현했다. 해외 경쟁당국의 제동으로 ‘빅3’을 ‘빅2’로 개편하고 경쟁력을 제고하려던 한국 조선업계의 구상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매각 주체인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과 산업은행 등은 향후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EU집행위원회 산하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불허 심사 결과를 통보받은 직후인 13일 “EU 경쟁당국이 오래 전에 조건 없는 승인을 내린 싱가포르와 중국 공정위의 결정에 반하는 불허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당사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내놓았다.
▶현대중공업 “독과점 우려 없어”= 현대중공업그룹은 기업결합 본래의 취지를 저버리면서까지 EU 경쟁당국의 시정조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EU 경쟁당국은 ‘LNG선 독과점’ 우려를 이유로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에 대해 2단계에 걸쳐 심층 심사를 진행하면서 시정조치안을 요구했다. EU 경쟁당국은 ‘LNG선 독과점’ 등에 대한 우려로 기술이전, 가격 고정 등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00년대 중반 ‘슈퍼사이클’을 지나 존망의 위기를 겪은 한국 조선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3사 체제에서 2사 체제로의 개편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조선 불황기에는 3사가 과잉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충분히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법률자문사 프레쉬필즈(Freshfields), 경제분석 컨설팅 기업인 컴파스 렉시콘(Compass Lexecon)으로부터 자문을 받아 ‘조선시장은 단순히 기존의 시장 점유율만으로 시장 지배력을 평가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EU에 지난 2년간 설명해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입찰을 통한 경쟁이라는 조선산업 특성상 “‘단 하나의 유효 경쟁자라도 존재하는 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복수의 유효 경쟁자가 존재해 본 기업결합은 독과점 우려가 없다”고 강조했다. LNG운반선(사진)의 경우 국내 조선3사가 지난해 발주된 78척 중 68척(87%)를 수주할 만큼 경쟁력이 강하기는 하나, 중국 후동조선소, 일본 미쓰비시·가와사키, 러시아 즈베즈다 등 경쟁자들이 시장에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LNG선 관련 기술 또한 독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LNG선 화물창에 대한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조선소가 전 세계적으로 30개사 이상이 있어 생산과 기술의 관점에서 보면,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입찰 경쟁에 참여할 수 있다”며 “프랑스 GTT사와 노르웨이 모스 마리타임(MOSS Maritime)사가 LNG화물창 기술에 대한 독점권을 가져 GTT나 모스로부터 화물창 기술 이전(라이선스)을 받아야 LNG선박을 건조할 수 있다”고 했다.
▶“결정문 면밀 검토, 시정 요구할 것”, 향후 영향·대안은…=EU 집행위원회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승인하면서 현대중공업 측은 다각도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향후 최종 결정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EU 법원을 통한 시정요구 등 가능한 대응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결정문을 검토하고 현지 법원 등을 통해 재승인을 요구하는 방안 등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기업결합 무산이 국내 조선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조선업계 구조조정이 진행됐고 최근 기업들의 선박 수주가 꾸준히 이어지는 등 조선산업 여건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으론 국내 조선업 경쟁력 약화 가능성은 존재한다.
대우조선해양이 다시 새주인을 찾을 수 있을 지도 관건이다. 이번 인수합병 불발로 산업은행은 ‘플랜B’를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플랜 A, B, C, D까지 고민하고 있다”며 “무산 시에는 이해관계자와 긴밀하게 협의해 후속조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삼성·대우 3개사가 경쟁하고 있는데 시장이 꺾이면 민간기업 두 곳과 정부가 대주주인 한 곳이 경쟁하니 과잉경쟁, 제살깎아먹기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소현·문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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