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출범 1년… 자체 기소한 사건 없어
‘이규원 사건’ 9개월 수사 후 도로 검찰로
고발사주 의혹, 수사 난항으로 답보 상태
“수사 대상 선정 작업부터 다시 점검해야”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검찰의 기소 독점권을 깨뜨리며 개혁의 산물이라고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결국 자체 기소 사건 한 건 없이 출범 1년을 맞게 됐다. 사건마다 논란을 일으키면서 폐지론까지 직면했지만 당장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쇄신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1월 김진욱 처장의 취임으로 공식 출범한 공수처는 오는 21일 첫돌을 맞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 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 사건을 시작으로 이후 검사 비위 의혹 사건 위주로 20여건을 정식 수사 대상으로 삼았으나 자체 기소 사건은 한 건도 없었다. 검찰에 대한 견제와 기소권 분산 등 명목으로 만들어져 검사와 판사, 경무관 이상 경찰관에 대해선 기소도 할 수 있는 기관이지만, 지난 1년간 권한을 전혀 활용하지 못한 셈이다.
공수처의 첫 검사 관련 입건 사건이었던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혐의 사건을 다시 검찰로 보내 검찰이 기소하도록 한 점이야말로 현재 공수처의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많다. 공수처는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파견 근무 중 ‘김학의 사건’ 조사 과정에서 건설업자 윤중천 씨 면담보고서를 허위 작성하고 유출한 혐의 등을 받는 이 검사 사건을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검에서 이첩 받았다. 이후 9개월 간 수사한 뒤 자체 기소하지 않고 검찰에 다시 사건을 넘겼는데 “동일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과 협의를 거쳐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에 대한 합일적 처분을 위해 이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론 향후 공소유지의 어려움을 고려한 결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관여가 있었느냐는 의혹 제기에서 출발해 4개월 넘게 수사 중인 ‘고발사주 의혹’ 사건의 경우 윤 후보는커녕 사건의 ‘키맨’으로 꼽히는 손준성 검사에 대한 수사도 여전히 막혀 있다.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던 만큼 기소 자체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손 검사의 직권남용 혐의도 입증되지 않아 기소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손 검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하면서 2차 구속영장 기각 후 추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손 검사 측이 ‘8주 이상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료진 소견서를 공수처에 제출했는데 3월 초까지 추가 조사가 어려울 수도 있다. 때문에 고발사주 의혹 최종 마무리가 대선 이후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건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의 잡음에 더해 통신조회 논란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한 공수처는 최근 전체 검사회의를 열고 향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검사회의를 매달 한 차례 정기 개최하기로 하는 등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고자 하지만 현 상황을 단번에 바꿀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출범한 이유와 존재 의미를 찾는 일이 우선”이라며 “어떤 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 결정하는 부분부터 다시 생각하고 점검하는 것이 현재 공수처가 가장 먼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폐지 주장도 거세지만 사회적·정치적 합의가 있으면 폐지 자체가 대단히 어려운 일인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손실을 생각할 때 개혁의 산물이라고 만들어진 국가기관이 폐지된다면 대단히 불행한 일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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