習, 오커스 발족 다음날 CPTPP 가입 신청
회원국에 국영기업·산업보조금 논의 제안
美와 동맹국 분리 위한 대담한 행보 진단
WTO 가입 시 약속 깨고 국가지원 2배 ↑
중국은 지난 20년간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으로서 상당한 경제적 이득을 얻었지만 이젠 거대한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메커니즘을 통해 국제 무역질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겠다고 지난 9월 16일 공식 신청한 것이다.
CPTPP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해 공회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이후 일본을 주축으로 11개국이 전열을 정비해 2018년 10월 31일 띄운 경제동맹체다. 조 바이든 현 미 행정부가 CPTPP 복귀에 속 시원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이 빈자리를 메워 주도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이에 미국의 대표 싱크탱크가 ‘중국을 믿지 마라’는 취지로 CPTPP 회원국에 경고를 해 무역을 둘러싼 고차방정식이 어떻게 풀릴지 주목된다.
10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이 연구소의 조앤나 셸턴 경제프로그램 선임 준회원은 최근 논평에서 중국의 CPTPP 가입 신청을 ‘회의적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차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우선 중국의 CPTPP 가입 신청시점이 미국·영국· 호주의 새로운 안보동맹 ‘오커스(AUKUS)’의 발족 발표 이튿날이었다는 점을 들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대담한 움직임이라고 진단했다. 미국과 동맹국을 분리하려는 명확한 노력이라면서다. 호주는 이미 CPTPP 회원국이고, 영국은 참여신청서를 낸 나라인데 군사적으로 적대국이 명백한 중국이 이들과 경제동맹을 맺겠다고 한 것이어서 이런 평가는 무리가 아니다.
셸턴 전 사무차장은 중국이 CPTPP 가입신청서를 낸 이후 회원국에 자국 가입을 위한 로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론 시 주석이 지난 11월 4일 상하이에서 열린 무역 관련행사에서 중국의 국영기업, 산업보조금 등의 문제를 CPTPP 가입 대가로 논의하겠다고 밝힌 점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 지점에서 CPTPP 회원국은 시 주석의 제안에 매우 회의적이어야 한다며 중국의 ‘전적’을 상기시켰다.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할 때 국영기업, 산업보조금뿐만 아니라 왜곡된 무역관행을 규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그는 지적했다.
중국은 국영기업을 통한 자국 산업 육성, 수출 보조금 지급 등을 WTO 규정에 맞게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지만 현재도 준수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 미국 등과 무역전쟁에서 단골 충돌 요인이었다. 셸턴 전 사무차장은 “시진핑 주석의 최근 공언이 다른 결과를 가져올 거라고 기대할 이유가 없다”며 “오히려 시 주석은 국영기업과 민간기업에 대한 국가 지원을 두 배로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2025’ 프로그램을 거론했다. 2025년까지 인공지능(AI), 로봇공학, 항공 등 기타 첨단 산업을 포함한 10개 전략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점하겠다는 중국의 청사진이다.
셸턴 전 사무차장은 “전례 없는 3연임의 발판을 마련한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통제와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의 속도를 가속화했다”며 “중국 경제에서 국영기업의 역할을 늘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방향을 바꿀 거라고 믿고 국영기업, 산업보조금 등에 대한 엄격한 CPTPP의 규율을 준수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건 공상적”이라며 “시 주석의 목표는 2049년까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며, 이는 중국을 여기까지 이끌어온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에서 탈피하는 걸 포함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CPTPP에 발을 들여놓으려면 회원국 전체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까지 일본과 호주가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