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10만전자는커녕 7만전자도 위태로워 안절부절”
‘국민주’ 삼성전자의 개인투자자들이 7만원대에 갇힌 주가에 위기감을 느끼고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이달 말까지 개인들이 계속 팔면,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온 11개월 연속 삼성전자 개인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 기록이 깨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5년 만에 미국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이 부회장은 세계 최대 이동통신 기업 버라이즌을 방문해 6G(세대) 등 ‘뉴삼성’ 신사업에 속도를 올리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생산시설 투자 등도 결실을 맺을 경우 주가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지 주목되고 있다.
1년 만에 나타난 삼성전자 순매도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8일까지 14거래일간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을 3607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같은 순매도세는 지난해 11월이후 1년 만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 2조2658억원을 순매수한 이후 지난달까지 순매수세를 이어왔다. 올 들어 개인이 순매수한 삼성전자 주식은 총 35조309억원에 이른다. 1월11일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처음으로 9만원을 돌파하며 ‘10만전자’에 대한 기대감 또한 커졌다.
반전은 8월부터 순매수세가 크게 줄면서 나타났다.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불거지며 본격적으로 주가가 하락세를 탄 영향이다. 지난달 8일 3분기에 사상 최대 분기 매출(73조9792억원)을 달성했지만 실적 발표 나흘 뒤 주가는 올해 처음으로 6만원대(6만9000원)로 떨어졌다.
현재 삼성전자 주가가 7만원선 박스권에 갇혀 매도에 나서지 않은 개인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삼성전자 주가가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에 글로벌 공급망 쇼크까지 겹치면서다.
올초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10만원 이상으로 설정한 증권사들은 속속 10만원 아래로 낮춰 잡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21곳의 삼성전자 목표 주가 평균은 9만5870원(12월 기준)이다. 영업이익이 오는 4분기 15조1000억원에서 내년 2분기 11조원대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 美 출장,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까
이재용 부회장이 5년 만에 미국 출장길에 오르면서 주가에도 긍정적 효과로 작용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17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버라이즌의 미국 뉴저지주 본사를 방문, 한스 베스트베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버라이즌은 삼성과 5G시장의 ‘동지’ 격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버라이즌에 5G 이동통신 장비를 포함, 네트워크 솔루션 계약을 체결했다. 약 7조9000억원 규모로, 한국 통신장비산업 역대 최대 단일 수출 계약이다. 당시에도 이 부회장이 베스트베리 CEO와 연쇄 화상회의를 갖는 등 직접 영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이번 현지 논의 이후 삼성전자의 6G 신사업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6G 이동통신은 2021~2023년 삼성전자의 240조원 투자계획 중 주요 분야로 포함돼 있다.
이 부회장의 남은 방미 일정도 주목할만한 포인트다. 최근 중미 반도체 패권 경쟁 여파나 미 정부의 반도체 산업 자료 제출 요구 등 정계와 관련된 현안이 많은 만큼 방미 일정 중 미국 정계 주요 인사와의 회동도 예상된다.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생산시설 투자 마무리, 반도체 공급망을 관리하겠다고 선언한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의 면담 등이 관측되는 이유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 34주기 추도식에도 불참하며 이 부회장은 이번 미국 출장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여기에 이 부회장의 이번 미국 출장에 정현호 사업지원TF장(사장)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정 사장 동행에 따라 미국에서 신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투자뿐 아니라 M&A(인수합병) 등 굵직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편 KB증권은 삼성전자가 미중 갈등 최대 수혜주라며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10만원을 유지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내 반도체 투자 제동이 삼성전자와 글로벌 반도체 산업 전반에 긍정적 변화의 모멘텀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국, 유럽, 일본 등의 반도체 보호주의 정책으로 자국 내 반도체 공장 설립 요구가 커짐에 따라 자본력을 확보한 삼성전자만이 대응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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