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소비위축 요인 조준 ‘장기집권’ 포석

사회적 불만 제거...술·담배 등 대상될수도

강도높은 규제로 항셍테크지수 20% 빠져

초대형기업 텐센트 시총 3조 홍콩달러 증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연합]
왼쪽부터 알리바바 마윈, 바이두 리옌훙, 텐센트 마화텅 회장. [시나닷컴]
왼쪽부터 알리바바 마윈, 바이두 리옌훙, 텐센트 마화텅 회장. [시나닷컴]
26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홍콩 증권거래소 상장식에 시민들이 참석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이날 공모가인 176홍콩달러보다 6.25% 급등한 시초가 187홍콩달러에 거래를 시작하면서 홍콩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연합]
26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홍콩 증권거래소 상장식에 시민들이 참석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이날 공모가인 176홍콩달러보다 6.25% 급등한 시초가 187홍콩달러에 거래를 시작하면서 홍콩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연합]

“학원 교사가 학교 선생님을 대신해서는 안됩니다. 교육부가 이를 시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중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서북부 칭하이(靑海)성 시닝(西寧)의 외딴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방과 후 수업에서 던진 시 주석의 이 한마디가 한 달 후 상하이 증시와 뉴욕 증시 1조 달러 급락의 폭탄이 될 지는 당시 아무도 몰랐다.

중국 정부의 규제가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넘어 부동산, 사교육, 게임 등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교집합이 없어 보이지만, 양극화에 따른 사회적 불만을 해결하고 민생을 개선하려는 공산주의식 간섭의 산물이다. 그 배경에는 덩샤오핑(鄧少平) 이후 10년 단위의 지도자 교체 관행을 깨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 그림이 있다.

지난해 11월 알리바바의 핀테크자회사인 앤트그룹의 상장 중단으로 중국 정부의 기업 규제가 시작됐다. 처음엔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 회장이 중국 정부를 향해 쏘아붙인 말 때문에 생긴 ‘설화(說禍)’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규제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중국 정부의 규제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위험이 되어버렸다. 중국의 정치·사회적 배경을 살피면 이번 규제 위험은 일시적이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플랫폼 기업을 겨냥하던 중국 당국은 지난달 24일 사교육을 규제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사교육 기관에 대해 신규 허가를 금지하고 기존 사교육 기관은 비영리 기구로 전환시키기로 했다. 외국 자본의 투자는 물론이고 상장을 통한 자본조달도 금지시켰다. 1000억달러(약 116조원) 규모의 교육시장은 하루아침에 ‘쪽박’ 신세가 됐다.

이틀 후엔 ‘배달원에게 최저 시급 이상을 보장하고 의료·실업보험 등 사회보험에 가입시키라’는 규제안이 나왔다. 가입자 100만명 이상 플랫폼 기업은 해외 증시 기업공개(IPO) 때 당국의 심사를 받으라는 조치도 이어졌다. 이제 중국 기업은 미국에 상장하기 어려워졌다. 홍콩 증시 아니면 중국 본토의 커촹반(중국판 나스닥) 외에는 선택지가 없게 됐다.

강도 높은 규제에 홍콩 증시에 상장 된 중국 대표 기술지표인 항셍테크지수는 올들어 이미 20% 넘게 빠졌다. 올해 2월 중순의 최고점과 비교하면 낙폭이 40%를 넘는다. 게임이 대표 사업인 초대형기업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3조 홍콩달러 넘게 증발했다.

“자국 기업에 칼을 들이대는 것은 자해행위다”, “글로벌 투자자의 눈물을 아랑곳하지 않는 독불장군”이라는 비판에도 중국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의 한 자산관리회사의 설립자인 랴오밍은 블룸버그에서 “최근의 규제는 중국의 정책 우선 순위 변화를 의미한다”면서 “사회적 불만을 일으키는 산업을 없애는 것도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으로 제14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이 시작되는 올해 중국 지도부는 공동 번영과 중산층 불만 해소를 통한 안정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랴오밍은 “개혁개방의 아버지인 덩샤오핑은 1980년대 중반 ‘누군가 먼저 부자가 되면, 그들이 뒤에 남아 있는 자들을 도와줄 것’이라는 ‘선부론(先富論)’을 내세웠지만, 시진핑 정부는 공동 번영이라는 ‘공부론(共富論)’으로 선회했다”면서 “공산주의에 뿌리를 둔 중국 지도자들은 장기적인 비전과 상충될 때 시장의 이익을 짓밟는데 주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이 거대 공룡이 된 플랫폼기업에 의존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게 됐고 시장 불공정이 커지면서 플랫폼기업을 압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중국 공산당이 볼때 교육 불평등으로 인한 계층갈등은 사회 불만의 핵심 근원이다. 사교육비 부담으로 출산을 회피하면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진행된다. 가계 소비여력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베이징의 한 보험사 직원이자 맞벌이인 류슈는 아홉살 아들의 사교육비로 매년 20만~30만위안(약 3540만~5300만원)을 쓴다. 베이징 주민 평균 가처분 소득의 3배 이상이다.

그는 “하나도 키우기 힘든데 둘째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적 없다”며 “정부의 사교육 금지를 열렬히 환영한다”고 말했다.

내년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의 3연임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양극화와 사회 분열은 체제 안정에 무엇보다 큰 위협이다. 뜬금없이 게임산업 규제를 ‘정신적 아편’이라고 규정한 것도 사상통제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한 시장 평론가는 “체제에 대한 반감, 사회 분열 등은 중국 공산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역린”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규제의 확산 범위와 시간이다. 과거의 사례를 볼 때 중국 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장 내 선두기업의 중장기 발전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이번 규제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메리츠증권의 최설화 연구원은 “민생 개선과 관련해 헬스케어, 바이주(白酒), 전자담배, 쇼클립 동영상과 같은 콘텐츠 등이 있고, 국가 안보와 관련해서는 네트워크 보안법, 개인정보보호법, 가변이익실체(VIE)에 대한 정부의 정책 기조 확립 등이 변수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이번에 취한 전방위적인 규제는 ”중국에서 돈을 벌려면 공산당의 우선 순위에 맞춰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면서 시장 참여자들에게 쉽게 공포를 걷어내지 못할 전망이다.

한희라 기자


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