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대상 확대·자회사 지분율 보유 상향 등 기업규제 확대
CVC 허용, 각종 제한장치 달렸지만 민간자본 확대 전망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기업 규제를 총망라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으나 기업의 요구 사항은 대부분 외면받았다. 다만 전속고발권 유지, 지주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보유 허용은 반영됐다.
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고 전날 정무위원회에서 의결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처리했다. 지난 2018년 11월 정부 발의 이후 2년 만에 통과되는 셈이다.
이로써 기업 규제에 큰 변화가 생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총수 지분 30% 이상인 기업(상장사 기준)에서 20% 이상으로 확대된다. 손자회사도 포함된다. 현대글로비스, 삼성웰스토리 등 규제 대상 기업이 기존 213개사에서 607개사로 늘어난다.
지주회사가 가져야 하는 자회사 지분율은 20%에서 30%(상장사 기준)로 강화된다. 투자에 써야 할 돈을 자회사 지분을 매입하는 데 써야 한다는 불만이 제기됐던 대목이다.
그 대신 기업의 요구대로 전속고발권은 유지됐다. 당초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누구나 검찰에 기업을 직접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전속고발권 폐지가 법 개정안에 포함됐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 검찰의 권한 강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재계는 중복수사, 별건수사에 대한 우려는 덜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정과제가 전부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지만 내심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권한을 기존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새로운 과제를 떠안았다. 검찰 도움 없이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계속해서 이런 (과징금 부족) 문제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다"며 "전속고발권 폐지 논의와 공정위의 개혁 방안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른 한편으론 벤처투자 열기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지주사의 CVC 보유 허용은 별도로 추진돼 왔으나 전날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과 함께 상임위를 통과했다.
앞으로 지주사도 CVC를 두고 각종 벤처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외부자금 조달비율 40%, 부채비율 200% 등과 같은 제한장치가 달렸지만 일단 벤처투자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SK와 LG, 롯데 등 대기업이 CVC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투자액은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0.9%, 2분기 -27.2%로 크게 부진 중이다. 3분기 들어서 6.0%로 반전했지만 주로 정책금융이 늘어난 영향이었다. CVC 허용을 계기로 모험투자가 가능한 민간자본이 흘러올 것으로 벤처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실장은 "안정적인 수익을 내야 하는 정책자금과 달리 전략, 장기투자가 가능한 대기업 자금이 들어오면 벤처업계에 새로운 활기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