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 하원의원 고 존 루이스

애리조나 상원의원 고 존 매케인

20년 넘게 공화당 강세 지역인데

트럼프에 모욕당한 정치거물 기운

“바이든의 역전 원동력됐다” 분석

고 존 루이스(왼쪽) 조지아 애틀랜타 전 하원의원과 고 존 매케인 애리조나 상원의원 [AP]
고 존 루이스(왼쪽) 조지아 애틀랜타 전 하원의원과 고 존 매케인 애리조나 상원의원 [AP]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11·3 미국 대선 개표가 막바지로 향하던 6일(현지시간) 새벽, 주요 언론은 동부지역 경합주 조지아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섰다는 소식을 긴급속보로 타전했다. 1992년 이후 한 번도 민주당 대선후보가 깃발을 꽂지 못했던 지역에서 ‘대역전’을 이룬 것이다. 이후 펜실베이니아주에서도 역전한 걸 포함하면 바이든 후보의 백악관 입성을 사실상 확정짓게 하는 승리라고 미 언론은 보고 있다.

앞서 선거일 당일 밤과 지난 4일 새벽엔 서부지역의 핵심지 애리조나에서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이겼다고 폭스뉴스와 AP는 예측했다. 1996년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이 공화당 텃밭을 파란색(민주당 상징색)으로 물들이는 사건이었다.

조지아와 애리조나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 걸 두고 현지에선 하늘로 떠난 두 명의 정치 거물을 떠올리고 있다. 공교롭게 두 사람 모두 이름이 존으로 같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모욕을 받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미 정치권과 조지아에선 올 7월 별세한 흑인 민권운동 대부 존 루이스 하원의원이 바이든 후보의 승리에 기운을 불어 넣었다고 보고 있다.

루이스 의원은 생전 조지아의 주도인 애틀랜타시 5선거구를 대표했다. 풀턴·클레이튼카운티 등을 포함하는 지역이다. 이번 개표 결과를 보면, 이 5선거구에서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압도해 역전의 결정적 동력이 됐다.

루이스 의원은 1960년대부터 흑인 민권운동을 이끌며 미국 사회에서 큰 존경을 받아온 인물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향해 “끔찍하고 무너져가는 지역구의 문제를 고치고 주민들을 돕는데 더 시간을 보내야 한다”며 “말 뿐이고 행동이나 결과는 없다. 통탄할 일”이라고 트위터에 쓴 적이 있다.

루이스 의원이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하며 “러시아가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도록 도왔다.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보지 않는다”고 한 데 대한 복수였다.

GA라고 표시된 지역이 조지아주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역전해 하늘색으로 표시돼 있다. AZ라고 써 있는 지역은 애리조나주다. 폭스뉴스와 AP는 일찌감치 이 곳을 바이든 후보 승리 지역으로 분류했다. 다른 언론은 아직 경합주로 놓고 있다. [폭스뉴스 홈페이지 캡처]
GA라고 표시된 지역이 조지아주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역전해 하늘색으로 표시돼 있다. AZ라고 써 있는 지역은 애리조나주다. 폭스뉴스와 AP는 일찌감치 이 곳을 바이든 후보 승리 지역으로 분류했다. 다른 언론은 아직 경합주로 놓고 있다. [폭스뉴스 홈페이지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루이스 의원 장례식에도 가지 않았다. 조지 W. 부시·빌 클린턴 등 전임 대통령이 참석한 것과 대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매체 인터뷰에서 고인에 대해 “그는 내 취임식에 왔어야 했다. 큰 실수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언론인 앨릭스 모하제르는 바이든 후보의 조지아 역전을 두고 “존 루이스의 영혼이 오늘밤 조지아 위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선거캠프 관계자도 “존 루이스가 천국에서 조지아를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라며 “선거지도가 파란색으로 변하는 걸 보고 미소 짓고 있을 것”이라고 트윗했다.

애리조나에선 또 다른 존이 바이든 후보를 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까지 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다. 2018년 사망했다. 애리조나에서 35년 의정활동을 해 ‘애리조나의 아들’로 현재까지 사랑받고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진정한 보수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고인을 두고 “포로로 붙잡혔기 때문에 전쟁영웅이 아니다”라고 비하했다. 고인의 아내 신디 매케인은 바이든 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정권인수팀에 합류했다. 애리조나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드는 일이 발생한 것이고, 현재로썬 24년간 민주당 대선후보가 이기지 못한 지역을 바이든 후보가 거머쥐게 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 낙선을 위한 공화당 전략가들의 모임인 링컨프로젝트에서 활동하는 프레드 웰맨 보훈부 선임고문은 트위터에 “존 매케인과 존 루이스의 고향 주에서 대통령직에 말뚝을 박아 도널드 트럼프가 완전히 정신을 놓게 되는 걸 보는 것만큼 더 큰 업보는 없을 것”이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