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치료제 임상 건수 23배↑

셀트리온·GC녹십자 개발 속도

항체·혈장체료제 임상 2상 돌입

효과 입증땐 바로 생산도 가능

백신은 부작용 속출 난제 산적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2일 0시 기준 2만3106명까지 늘었다. 이제 누구든 어디서나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코로나19가 두려운건 인플루엔자(독감)와 달리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전 세계 연구자들과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백신보다 치료제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백신 개발 과정 자체가 쉽지 않고 치료제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코로나19 사태에서는 치료제를 빨리 개발해내는 것을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 14일 출범한 질병관리청도 “올해 안에 코로나19 치료제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밝히면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건수 23배 증가…국내 17건 진행 중=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은 지난 3월부터 정기적으로 국내외 코로나19 임상시험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9월 15일 기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ClinicalTrials.gov에 신규 등록된 코로나19 관련 약물 중재 임상시험은 총 1335건이다. 이 중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이 1252건, 백신 관련 임상시험은 83건이다.

지난 6개월간 전체 임상시험은 23.8배가 증가했는데 치료제 관련이 23.6배(53건→1252건), 백신 관련은 27.7배(3건→83건)나 증가했다. 이 중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을 활용한 혈장치료제 임상시험은 지난 6개월간 3건에서 132건으로, 회복기 환자 혈액을 활용한 항체치료제 임상시험은 1건에서 29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국내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 계획은 22일 기준 전체 24건이다. 이 중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이 22건, 백신 관련 임상시험은 2건이다. 치료제 임상 중에는 렘데시비르와 칼레트라 등 5건에 대한 임상이 종료돼 현재 진행 중인 치료제 관련 임상은 17건이다.

▶셀트리온 항체치료제·GC녹십자 혈장치료제, 임상 2상 시작=국내에서 진행중인 치료제 관련 임상 중 가장 앞선 단계에 있는건 글로벌 제약사 릴리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개발한 ‘바리시티닙(상품명 올루미언트)’을 통한 약물재창출 시험이다. 600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임상 3상을 내년까지 진행하는데 국내에서는 약 1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을 투여하게 된다.

국내 기업 중에는 셀트리온과 GC녹십자의 치료제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CT-P59’는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지난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2·3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임상 2상에서는 3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적절한 투여 용량과 치료 효과를 탐색한다. 이후 확인된 용량을 바탕으로 유효성과 안전성 확증을 위한 임상 3상을 720명 대상으로 진행한다. 셀트리온은 경증 및 중증도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CT-P59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2·3상을 올해 안으로 마칠 예정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CT-P59의 글로벌 임상시험을 위해 한국을 포함한 미국, 스페인 등 6개 국가에 임상시험 계획을 제출했고 향후 최대 12개 국가에서 1000여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이달부터 대량생산시설에서 공정검증배치 생산을 시작했고 앞으로 국내와 해외 시장에서의 치료제 대량 공급에 대비해 기존 제품 재고 및 생산계획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C녹십자도 코로나19 혈장치료제의 임상 2상 시험에 참여한 첫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했다. GC녹십자는 지난달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혈장치료제 ‘GC5131’의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임상 2상은 국내 6개 병원에서 폐렴을 동반하거나 고령 및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코로나19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해외에서는 GC녹십자가 참여한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 얼라이언스’가 이달 중에 임상 3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얼라이언스에는 GC녹십자 외에 글로벌 혈액제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 아르헨티나, 덴마크, 영국 등에서 500명의 코로나19 환자에 투여할 예정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글로벌 임상과 국내 임상은 별도지만 같은 치료제인 만큼 글로벌에서 효과가 입증되면 국내 임상시험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발 늦어지는 백신…“치료제, 효과만 입증되면 바로 생산 가능”=이 밖에 국내에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기업에는 종근당, 대웅제약, 부광약품, 신풍제약, 크리스탈지노믹스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약물재창출을 통한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백신은 개발 시간이나 비용 등이 치료제보다 훨씬 많이 필요하다”며 “더구나 최근 백신 임상에서는 부작용 사례도 나오고 유전자형이 달라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약물재창출을 통한 치료제는 이미 안전성과 생산 시설이 검증된 기존 제품이어서 코로나19 치료에 효과만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 당장 공급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손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