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변방에 있던 트로트가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은 트로트 프로그램 편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TV조선은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의 큰 인기에 힘입어,‘뽕 따러 가세’에 이어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터’ ‘뽕숭아학당’을 방송하고 있다.
MBN ‘트로트퀸’, MBC에브리원 ‘나는 트로트 가수다’, SBS ’트롯신이 떴다’가 이미 방송됐거나 방송중이고, 지난 16일부터는 채리나, 이세준, 왁스, 서인영 등 기성 가수들이 트로트에 도전하는 SBS플러스 ‘내게 ON 트롯’도 시작됐다.
KBS는 송가인 소속사와 함께 대국민 트로트 가수 오디션인 ‘트롯전국체전’을 제작하고 있다. MBC는 오는 7월 4일 장윤정이 프로듀서로 변신해 남자 트로트 그룹을 만드는 새 예능 ‘최애 엔터테인먼트’를 선보이고, 올 하반기에는 ‘트로트의 민족’도 방송한다. MBN은 7월 10일 트로트 블록버스터 느낌이 나는 스타 트로트 서바이벌 ‘보이스트롯’을 방송할 예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들은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등 ‘미스터트롯’ 톱7 모시기에 여념이 없다. 열풍을 넘어 광풍 수준이다. 트로트가 흥행보증 수표라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아는 형님‘ ‘라디오스타’ ‘뭉쳐야찬다’ 등은 트로트 톱7을 출연시켜 기존 시청률보다 2~3배 높은 시청률을 올린 바 있다.
하지만 요즘 트로트는 흥할 조짐과 함께 망할 조짐을 동시에 보이고 있다. 이미 콘텐츠가 식상해지면서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트로트도 미디어로 흥하고 미디어로 망할 수 있다.
우선 저마다 차별성을 내세우지만, 기획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동아시아권에서 새로운 한류로서의 K-트롯 가능성을 타진했던 초기의 ‘트롯신이 떴다’ 외에는 대다수가 트로트가 된다고 하니까 한번 해보려고 달려드는 느낌이 든다.
트로트는 민족 정서를 담고 있다고 하면서도 오랜 기간 변방에 머물러 있었다.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나 있었다. 트로트의 부상은 비슷비슷한 음악들의 홍수속에, 차별화가 확실하게 되는 음악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데 있다. 또한 트로트는 한국인에게 훈련과 공부가 필요하지 않는 원초적 감성으로도 얼마든지 유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재료는 좋으니, 그 다음은 요리의 문제다. 요리만 좋다면 언제든지 달려갈 준미가 돼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료만 있고 레시피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트로트 프로그램들이 많다.
‘미스터트롯’은 트로트의 신파성을 조금 걷어내고 트로트 영역에서 아이돌 팬덤 문화까지도 받아들이면서 ‘레트로’와 ‘뉴트로’를 제대로 해석해 트로트 신드롬과 트로트 르네상스를 만들어냈다. 트로트 발라드, 트로트 댄스 등으로 트로트를 좀 더 넓게 해석했다.(기자는 여기서 70년대 후반 최헌, 조경수, 윤수일, 최병걸, 김훈, 함중아 등 밴드 보컬리스트를 겸하는 가수들이 유행시킨 장르를 트로트 고고라고 했던 게 생각난다) 이런 건 ‘가요무대’와 ‘전국노래자랑’ ‘아침마당‘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한 기획이다.
5년전인 2014년 Mnet에서 트로트를 부활시키기 위한 야심찬 기획물로 ‘트로트엑스’를 내놓았지만 트로트의 현대화를 뒷받침할 내용물이 제대로 없어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
요즘 속속 선보이는 재료만 좋은 트로트 기획물로는 오히려 모처럼 핀 트로트의 활기를 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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