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선호 1~2인가구, 주택시장 ‘태풍의 눈’으로…
재택근무·온라인수업 타고 3인 이상은 ‘더 큰 집’ 원할 듯
자가점유율 43% 서울, 60% 인천보다 투자수요 높게 유지
국토교통부가 매년 공개하는 주거실태조사에는 향후 부동산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다양한 힌트와 코드가 심어져 있다. 지난 2일 발표된 2019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1인가구가 29.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6년 가장 많았던 4인가구(29.6%) 자리를 14년만에 1인가구가 빼앗은 것이다. 셋 중 하나에 육박하는 ‘나홀로 가구’는 2인 가구(27.3%)와 합세해 70년대 등장해 반세기 가까이 국민주택 규모로 군림해온 전용면적 25.7평(85㎡) 자리를 뒤흔들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이제까지 4인가구가 주로 살았던 34평(전용 85㎡)아파트는 코로나 이후 집 쓰임새가 커지면서 1인당 주거 사이즈가 확대되는 트렌드와 맞물려 입지가 작아지고 있다. 1~2인 가구는 25평 이하 중소형 평형을 선호하고, 3인은 40평으로 간다면 34평의 미래는 가운데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빠른 주택건설업계는 이런 흐름을 반영해 여의도, 을지로 등 직주근접형 노른자위 입지에 1~2인 가구를 겨냥한 단지형 공동주택 분양에 나서고 있다. 주거실태에는 또 실수요가 많은지, 투자수요가 많은 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역별 자가점유율 현황을 통해 매매 및 임대차 시장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자가점유율이 42.7%에 불과한 서울은 투자수요가 실수요를 압도하는 곳이어서 정부의 집중 규제를 부르는 곳이 됐다.
실수요 vs 투자수요, 뭐가 많을까? 자가점유율에 답 있다
실수요가 많을까, 투자수요가 많을까. 이를 확인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자가점유율의 변화다. 자가점유율(Home Ownership Rate)이란 자기 소유의 주택에 자기가 사는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살지는 않지만 자기 주택을 소유한 비율을 자가보유율이라 한다. 보통 자가점유율 보다는 자가보유율이 높다.
먼저 자기 집에 거주하는 자가점유율은 지난해 전체 가구 기준 58%로 2014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전년대비 49.9%에서 50%로 늘었고 광역시 60.2%→ 60.4%, 도지역 68.3%→ 68.8%를 보였다.
자가보유율도 2014년 58%에서 작년 61.2%로 꾸준히 증가, 2006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전년대비 54.2%→ 54.1%, 광역시 63%→62.8%, 도지역 70.3%→71.2%다.
자가점유율을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예를들어 100채의 집이 있고 유주택 가구 50호, 무주택 가구 50호가 있다고 하자. 이 경우 자가점유율은 50%다. 그런데 무주택가구 중 10가구가 주택을 사서 이제 유주택 가구 60호, 무주택 가구 40호가 됐다. 그러면 자가점유율은 60%가 된다. 즉 무주택가구가 집을 사면 자가점유율이 올라간다. 반대로 주택을 이미 소유한 유주택자가 해당 지역에 추가로 주택을 더 구입한다면 자가점유율은 내려간다.
서울시의 자가점유율은 42.7%에 불과하다. 부산(62.2% )대구(59.8%) 인천(60.2%), 광주(63.1%), 대전(53.8%)에 비해 턱없이 낮다. 즉 우리나라 전체 10가구 중 6가구가 자기 집에서 사는데 , 서울은 10가구 중 4가구만 자기 집에서 살고 6가구는 임대차로 산다고 보면 대략 맞다. 서울의 낮은 자가점유율은 무주택 가구가 집을 산다기 보다 유주택가구가 집을 더 많이 사는 형태가 반복돼 나타난 결과다. 즉 투자수요가 더 높게 유지돼온 결과다.
투자수요가 극단적으로 높아진다면 자가점유율이 낮아지면서 임대차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고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진다. 반대로 투자수요가 극단적으로 낮아서 실수요만 존재한다면 해당 도시의 주택 시장은 사실상 거래가 없다시피하고, 사고파는 행위 자체가 극도로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투자수요는 적당한 수준에서 관리돼야 한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자금조달계획서 보니 서울은 주택구매 절반이 보증금 안고사는 ‘갭투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흔히 서울 수요 중 반은 실수요, 반은 투자수요라고 얘기한다. 이같은 추론을 가능케한 바탕은 주택거래 자금조달계획서의 맨 왼쪽에 표시된 보증금 승계 여부다. 정부는 2017년 9월 이후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이상 집을 살 때 이 계획서를 내도록 했다. 현재 매매가가 10억원이고 전세가가 6억원으로 임차인이 있는 아파트를 매수할 때 이 갭(10억원-6억원=4억원)만큼만 매수자가 자본 조달을 하고, 전세 6억원을 그대로 승계하면 갭투자 매수다. 갭투자는 직접 살지 않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매수가 대부분이어서 그 자체를 투자수요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2018년 서울시 자금조달계획서 자료(2017년 10월~2018년 9월)에 따르면 연간 총 12만4684건 가운데 51%가 갭투자 매수이고, 나머지 49%가 보증금을 미승계한 건이었다. 이 수치로 투자수요와 실수요 비중이 반반임을 어림잡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1~3월과 7~9월은 투자수요 비중(64.4~75.6%)로 고공행진했는데 이 기간은 주택 가격 상승률도 다른 때보다 높았다.
구별로 살펴보면 보증금 승계, 즉 갭투자는 송파구가 63.3%로 가장 높았고 서초구 58.9%, 강남구 54.6%로 강남 3구가 모두 서울의 전체평균 51%를 상회했다. 강북은 마포구(56.9%)와 성동구(67.8%), 양천구(58.7%)등 선호도 높은 지역에 투자수요가 많았다. 반면 영등포(34.1%)와 금천구(27.8%)는 최저 수준의 투자수요를 나타냈다.
‘나홀로 산다’ 1인가구 29.3% 역대 최고 단지형 소형주택 새 트렌드로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서 주목되는 점은 무서운 1인 가구 증가추세다. 지난해 전국 1인 가구 비율은 29.3%로 전년(28.6%)보다 0.7%포인트 늘어나면서 역대 최고치다. 2006년(14.4%)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었다.
1인 가구 증가는 우리나라 가구 형태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2006년 4인 가구 비중이 29.6%로 가장 많이 차지했지만 2019년엔 17.5%로 줄면서, 2인 가구(27.3%)나 3인 가구(21.0%) 보다도 적다. 자연스레 평균 가구원수도 작아졌다. 2006년 3.04명이었던 평균 가구원수는 2012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2.43명까지 줄었다.
1인 가구 비중이 셋 중 하나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가장 많이 필요해질 평수는 12~15평(전용 27~34㎡), 최대 18평 수준의 1인가구 거주용 공동주택 단지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평형이 대세를 이루는 주거 단지가 없으나 앞으로는 생길 것으로 보인다.
공동주택 단지라는 명칭은 단순히 오피스텔 같은 형태만이 아니라 커뮤니티 시설 등이 있어 단지 내 활동이 가능한 소형 평형이 공급된 주거시설을 지칭한다. 여의도 옛 MBC 부지를 개발하는 ‘브라이튼여의도’ 같은 단지들이 앞으로 많아지리라 전망된다. ‘브라이튼 여의도’는 지하 6층~지상 최고 49층 4개동 규모의 복합단지로 1인가구와 신혼부부용 전용면적 29~59㎡ 오피스텔 849실과 84~136㎡ 아파트 454가구, 그리고 오피스 및 상업시설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오피스텔 849실을 다음달 분양할 예정이다. 시공은 GS건설이 맡는다. 서울국제금융센터(IFC)와 파크원 앞 여의도 최중심 입지에 들어서는 만큼 금융권 1인가구들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을지로에서는 이달 분양에 들어간 세운지구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가 돋보인다. 지하 9층~지상 26층, 전용면적 24~42㎡ 614가구 규모 주상복합이다. 이 중 주택은 아파트 281가구와 도시형생활주택 293가구다. 세운지구는 주택 공급이 드문 시청·광화문·을지로 중심업무지구를 배후에 두고 있어 도심 접근성이 좋다. 이 일대 한 중개업소는 “주변에 대기업이 많아 1인 가구 실수요자나 월세 수익을 거두려는 투자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말 “1인 가구를 위한 정책 종합 패키지를 만들라”고 홍남기 경제팀에 언급한 만큼 수도권 3기 신도시 공급 물량에도 소형 평면 반영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 3인 가구는 더 넓은 공간 선호 전용 59·85㎡ 탈피, 틈새시장 커진다
2인 가구에 대한 수요는 현 전용면적 59㎡인 25평형 대 아파트가 커버할 수 있다. 25평 아파트는 방 3개 이상의 기능성 공간을 제공하며, 2인 가구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의 순수 2인 가구를 위해서는 방이 3개가 아니라 방마다 화장실, 드레스룸 등이 포함된 두 개의 방으로 구성된 평면들이 다수 나올지도 모른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르엘대치’는 전용 77㎡T형(테라스타입)이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같은 틈새면적은 59㎡보다 넓고 84㎡보다 저렴해 2인 가구에겐 가성비 뛰어난 평면이다. 이달 분양에 나서는 서울 상도동 ‘상도역 롯데캐슬’ 도 전용 74㎡ 평면을 선보인다.
3인 가구의 경우, 현재의 34평형(전용 84㎡)은 의외로 3인 가구에 대응하는 데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1인당 주거면적이 10~11평 이라고 본다면 34평으로 충분하지만, 13~14평 수준으로 본다면 전용면적 85㎡인 34평은 좁다. 주요 OECD 국가의 1인당 평균 주거면적은 42㎡(약 13평) 수준에 육박한다. 오히려 39~42평형대의 평면이 3인 가구에게 적절한 면적으로 변해갈 것이다. 현재의 34평은 국민주택이라는 기준 때문에 표준평면이 됐을 뿐이다. 주거문화가 확 달라지고 있는 만큼 이제 이 면적이 표준이 될 이유가 전혀 없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는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으로 집의 프로그램 용량이 150%가량 증가하다 보니 1970년대 만든, 4인 가족 기준 30평형 아파트 평면이 맞지 않아졌다”며 “앞으로 주거 사이즈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2인가구는 25평에 만족하고, 3인은 40평으로 간다면 34평형대의 미래는 가운데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예측이다.
앞으로는 아파트 실내를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게 기둥식 구조의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는 견해에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동의한다. 한국의 아파트는 대다수가 벽식구조다. 벽이 구조체라 허물 수 없다. 공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다. 유 교수는 “벽식구조 아파트는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 부수고 다시 지을 수 밖에 없다. 기둥식 구조는 이런 비효율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입지가치에서 시설·설비 선호하는 상품가치의 시대로
주거실태 조사에 나타난 현재주택으로의 이사 이유를 살펴보면 ‘시설이나 설비가 더 양호해서’ (42.6%), ‘직주근접이나 직장변동 때문에’ (30.8%) 등이 1, 2순위에 꼽혔다. 부동산은 첫째도, 둘째도 ‘입지’라는 데 입지위에 시설이나 설비가 있다는 게 인상적이다. 이제 교통 학군 등 입지가치 만큼이나 상품가치를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주택사에 종전 시설과 다른 2세대 아파트가 등장한 것은 2008년 이후로, 그 시작은 반포 주공아파트 2단지와 3단지를 재건축했던 ‘반포 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 자이’였다. 주차장 지하화, 층간소음방지 설계, 커뮤니티와 조경에 대한 투자 확대가 이뤄졌다. 특히 스포츠와 문화,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진 커뮤니티 공간은 고급 아파트의 상징이 됐다.
차별화된 시설에 대한 선호는 신축 아파트 가격 강세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감정원이 분석한 준공연도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통계를 살펴보면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가 105.6(기준은 2017년 12월로 100)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5~10년차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가 104.3, 10~15년차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0.2였다. 15~20년차, 20년 초과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는 각각 98.0, 98.4였다. 문호진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