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북 경제평가 급선회…“내수위축 완만, 고용감소폭 축소”
침체 여전한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정책추진력 약화 가능성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정부가 최근 들어 우리경제의 “하방위험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며,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선회했다. 1개월 전만해도 내수 위축과 고용 부진, 수출 감소 등으로 우리경제의 “하방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고 판단했던 것과 뉘앙스가 크게 다른 것이다.
하지만 일부 지표의 악화 정도가 다소 완화됐음에도, 경제상황 자체는 과거 금융·금융위기에 버금갈 정도의 침체에 빠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정부의 상황인식이 안이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기평가가 정책방향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정책 추진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2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최근 우리경제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으나 내수 위축세가 완만해지고 고용 감소폭이 축소되는 등 실물경제 하방위험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의 우려론에서 긍정론으로 선회한 것이다.
대외여건에 대해선 일부 지표 개선에도 침체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린북은 “금융시장이 안정적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주요국 경제활동 재개로 일부 지표가 개선됐으나,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 신흥국 불안 등 리스크 요인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달 그린북에서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내수 위축으로 고용지표 부진이 지속되고 수출 감소폭이 증가하는 등 실물경제의 하방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강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이처럼 경기 판단이 긍정론으로 선회한 것은 국내 코로나19 확산세 진정과 경제활동 재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 정부 정책으로 민간소비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4월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5.3% 증가했다. 소비는 5월에는 재난지원금 본격 지급으로 활기를 띤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가 각 업종단체의 속보치를 집계한 것을 보면 카드 국내승인액은 3월(전년동월대비 -4.3%), 4월(-5.7%) 2개월 연속 감소세에서 5월엔 5.3% 증가세로 돌아섰다. 국산승용차 내수판매량도 3월(13.2%), 4월(11.6%)에 이어 5월에도 14.0%의 비교적 큰폭 증가세를 지속했다. 온라인 매출액도 5월에 21.9% 증가했고, 소비자심리지수는 4월 70.8에서 5월 77.6으로 상당폭 개선됐다. 이와 함께 취업자수도 4월 47만6000명 감소에서 5월엔 감소폭이 39만2000명으로 다소 축소됐다.
하지만 이들 일부 지표의 반등 또는 하락폭 축소로 ‘실물경제의 하방위험이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섣부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4월 소매판매가 전월대비 반등했지만, 1년 전에 비해선 2.2% 감소한 수준이다. 5월 일부 소비지표가 반등했지만, 백화점(-9.9%)과 할인점(-9.3%) 매출은 10% 가까운 감소세를 지속했다. 외래 관광객은 발길이 끊긴 상태이며, 언제 재개될지도 불투명하다.
핵심동력인 수출은 하루평균 수출액 기준으로 3월 -7.5%에서 4월(-18.3%)과 5월(-18.4%)엔 두자릿수로 확대됐고, 이달 1~10일에도 10% 가까운 감소세를 지속했다. 이로 인해 서비스업의 생산 반등에도 제조업의 생산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고, 고용시장에의 후폭풍도 우려된다. 실제 고용시장도 취업자 감소폭이 줄었지만, 실업자와 실업률은 1999년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재부는 이번 그린북에서 향후 정책에 대해 “조속한 경기회복 및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한 소비·투자 활성화, 한국판 뉴딜 등 주요 정책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3차 추경 예산도 국회 통과 즉시 집행할 수 있도록 사전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