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급매물 소진 일제히 전고점

비규제지역, 외지인 원정에 ‘꿈틀’

청주 호재+비규제 한달 새 2배 ↑

시중 유동성 3000조 ‘사상 최대’

자금 다른 곳으로 투자 유도해야

대전의 대장주로 꼽히는 둔산동 크로바. 대전시청 인근 지역의 아파트값이 상승하면서, 서울 등 외지인들이 둔산동 인근 송강동 등에 아파트 매수에 나서고 있다. [헤럴드경제DB]
대전의 대장주로 꼽히는 둔산동 크로바. 대전시청 인근 지역의 아파트값이 상승하면서, 서울 등 외지인들이 둔산동 인근 송강동 등에 아파트 매수에 나서고 있다. [헤럴드경제DB]

“매물 없어요. 가격은 올랐죠. 한 달 전만 해도 급매가 있었는데 이제 가격 회복하고 싹 다 거둬갔어요. 모두 신고가 턱밑까지 올랐습니다.”(강남구 대치동 A공인중개업소)

“3억원까지 떨어졌던 급매물은 다 소진되고, 이제 다시 2억원이 올라서 조만간 전고점까지 오를 것 같아요. 아예 돈 들고 울산이나 대전 내려가서 1억원 갭투자하시는 분도 있어요. 두 달 새 시가가 또 1억원이 오르면서 세금 다 떼도 수천만원 남기는 거죠.”(서초구 반포동 B공인중개업소)

보유세 기준일인 6월 1일이 지나자 거짓말처럼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비규제지역에서의 매매시장 상승세와 청약시장 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강남권도 하락세가 멈추고 속속 가격 회복이 나타나는 중이다. 정부도 이 같은 흐름을 감지하듯 또 한 번 시장에 ‘규제 예고’에 나서며 경고를 날렸다. ▶관련기사 16면

▶강남 대장주, 한 달 할인 끝나고 다시 값 올라=전국에서 3.3㎡당 가장 비싼 아파트로 꼽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지난달 13일 84㎡(이하 전용면적)가 31억6500만원에 팔렸다. 또다시 평당 1억원에 근접하게 됐다. 이달 호가는 고층 기준 33억원이 넘는다.

아직 실거래가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건너편 래미안퍼스티지도 84㎡가 최근 29억9000만원에 팔리면서 전 고점 31억원에 다다르고 있다.

상황은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대치동 일대는 최근 매물이 없다. 월세 낀 매물로 84㎡가 19억원대로 내려갔던 은마아파트는 22억원 아래로 부르는 매물을 찾기가 어렵다.

이 지역 대장주 래미안대치팰리스도 지난달 84㎡가 29억3000만원에 팔린 뒤 다시 신고가 수준의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 인근 도곡렉슬 120㎡는 이달 2일 26억원에 계약서를 쓰며 이 동네 아파트값이 회복되고 있음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성장률 저하 등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주택시장이 다시 불붙는 것은 유동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시중이 풀린 돈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공개한 ‘4월 중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광의 통화량(M2기준)은 3018조6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34조원이 늘었다. 시중 통화량이 3000조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넘치는 돈 들고 지방으로 아파트 쇼핑 나서=실제 자산가들은 넘치는 돈을 들고 비규제지역으로 가고 있다. 강남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미 두어 달 전부터 지방광역시는 물론이고, 광명 등 수도권 재개발지역에 다세대주택 매입을 하는 분들도 있다”며 “규제가 약한 곳을 찾아 2~3년 투자를 기다릴 곳으로 자산가의 돈이 흘러가고 있으니, 해당 지역 집값이 들썩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숫자로도 입증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방사광가속기 유치가 확정된 비규제지역 청주는 6월 둘째 주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10개 지역 중 상위 3개 지역을 차지했다. 청주 청원은 주간 단위로 1.21%가 올랐다. 청주 오창읍 한신 더휴 센트럴파크 84㎡는 지난달 2억8500만원에서 한 달도 되지 않아 배 가까운 5억42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지역 아파트값은 전국 단위 투자 수요가 끌어올렸다. 청주 아파트 10건 중 4건은 외지인이 사고 있다. 가격은 5월 초 방사광가속기 유치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불붙었지만, 이전부터 비규제지역으로 관심을 끌어오면서 4월 청주 아파트 매매 가운데 40.3%가 외지인이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전은 둔산동 아파트값이 오르자 갭 투자가 부담스러워진 외지인 투자가 덜 오른 옆동네로 옮아가고 있다. 유성구 송강동 한마을 아파트 84㎡는 이달 9일과 13일 나란히 3억2000만원에 팔렸다. 신고가다. 이 아파트는 5월 3억100만원에 계약되며 처음으로 3억원을 넘겼다. 업계 관계자는 “저금리에 오히려 투자처가 없어지면서 서울 강남 거주자가 대전 동네 아파트를 이름만 대도 알 정도로 지방 투자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 같은 이상 흐름에 뒤늦게 경고하고 나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을 둔 주택 가격 재상승 우려를 밝히며, 주택시장 가격 상승 시 규제지역 확대 및 대출 규제 등 추가 규제를 시사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돈이 주택시장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을 막을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투자를 유도해야 하는데, 잘못된 방향으로 정책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성연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