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부품 모두 진두지휘…이 부회장외 대안이 없어”

코로나·미중분쟁·한일갈등 전대미문 위기돌파에

이재용은 가장 강력한 글로벌네트워크 가진 '자산'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측에 뇌물을 준 혐의로 2017년 2월 구속돼 이듬해 집행유예로 풀려난지 2년4개월 만에 재구속 기로에 놓였다. 박해묵 기자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측에 뇌물을 준 혐의로 2017년 2월 구속돼 이듬해 집행유예로 풀려난지 2년4개월 만에 재구속 기로에 놓였다. 박해묵 기자

[헤럴드경제 천예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년4개월 만에 다시 구속 기로에 선 가운데 삼성 내부에서는 사상 초유의 위기 속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지금 삼성으로서는 이재용 부회장 이외에 대안이 없다”는 절박함도 감지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고조되고 있고 한일 수출규제 갈등이 장기전 양상으로 치닫는 위기가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는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삼성과 재계에 따르면, 이날 실시되는 구속영장실질심사 이후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삼성의 총수 리더십 부재가 현실화해 그를 구심점으로 돌아가는 삼성의 비상경영체제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 내의 세트(완제품)와 부품(반도체) 부문의 다양한 사업은 물론 모든 계열사의 사업에 대한 이해를 갖고 이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이 부회장 뿐”이라며 “그의 공백은 당장의 사업은 물론 미래를 향한 준비도 막아버리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이 부회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삼성의 후계자로 지목돼 줄곧 이건희 회장 아래에서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특히 2016년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이후에는 전자계열사와 비(非)전자계열사 사업장을 종횡무진하며 현장을 점검하고 주요 경영진과 만나 현안과 미래 투자계획을 진두지휘해 왔다.

재계에서는 기업 리더십은 기업의 존립과 관련된 문제로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은 만큼 이 부회장이 빈 자리는 가뜩이나 어려운 현 상황에서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 등 우호적인 경영환경이 받쳐주던 지난 2017년 2월 이 부회장이 처음으로 구속됐을 당시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지금의 글로벌 위기 상황을 돌파할 가장 강력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자산’이 이재용 부회장”이라며 “기업 리더십은 어느 날 하루 아침에 갑자기 다른 인물을 선정하거나 외부에서 끌어올수 있는 게 아니다. 위기일때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 오너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부회장은 위기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해 왔다. 작년 7월 일본의 갑작스런 수출 규제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주요 소재 조달 길이 막혔을 때에는 곧바로 일본으로 날아가 현지 거래처와 협력사를 만나 사태 해결에 나섰다. 이병철 창업회장 때부터 이어오던 일본 경제계와의 끈끈한 네트워크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또 경영 복귀 이후 이 부회장은 매달 한번꼴로 해외 출장에 나서며 각국의 정상이나 해외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과 만나 전략적 협력을 모색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 위기에 몰리자 지난 2년간 추진 중인 삼성의 중장기 투자계획도 차질이 우려된다. ▷‘3년간 180조원 투자·4만명 직접고용’(2018년 8월) ▷‘133조원 시스템반도체 투자’(2019년 4월) ▷‘퀀텀닷 디스플레이 13조원 투자’(2019년 10월)가 그것이다. 특히 시스템반도체와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퀀텀닷(QD) 디스플레이 투자 발표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혁신성장에 힘을 실어줬다.

올해 들어서도 이 부회장은 미국과 중국간 반도체 ‘신냉전’이 격화하자 11일 간격으로 평택에 파운드리와 낸드플래시 관련 총 18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단행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미래 투자를 멈춰선 안된다”는 이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재계 관계자는 “경쟁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삼성의 리더십 위기는 삼성의 공격적인 비전과 투자에 움츠렸던 해외 경쟁사, 특히 중화권 업체는 물론 한때 세계 전자시장을 재패했던 일본 전자업체들의 부활을 돕는 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