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사들 배임 우려

주주들 눈치

신한은행 이사회 무산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키코(KIKO) 배상 문제를 놓고 시중은행들이 '시간 끌기'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키코(KIKO) 분쟁조정 결과에 대한 수용 여부 결정 기한을 반복적으로 연장하면서다. 금감원의 분쟁조정을 받아들일 경우 '배임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신한은행은 전날 오후 긴급 이사회를 열어 키코 배상 여부를 논의하려 했으나 불발됨에 따라, 금감원에 수락 기한 재연장을 요청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관련 안건을 논의하려했으나, 이사 전원의 동의를 얻지 못해 이사회를 개최하지 못했다"라며 "이에 따라 금감원에 유선으로 키코 배상 수락기한 재연장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현재 금감원에 재연장을 요청한 은행은 총 3곳이다. 앞서 대구은행과 하나은행은 수락 기한 마감 하루를 앞둔 지난 5일 금감원에 재연장 요청을 한 바 있다. 대구은행은 코로나19로 인해 이사회 개최가 어렵고, 하나은행은 내부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의 분쟁조정을 통해 키코 피해기업 4곳에 배상을 권고받은 은행은 총 6곳이다. 신한은행이 150억원으로 가장 많은 배상금을 통보받았다. 이어 우리은행(42억원), 산업은행(28억원), 하나은행(18억원), 대구은행(11억원), 씨티은행(6억원) 순이다. 총 배상금 규모는 255억원이다.

'배임 가능성'이 은행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관측이 많다. 과거 대법원 판결이 난데다 민법상 청구권 시효가 소멸된 상황에서 금감원의 분쟁조정 결과를 받아들여 배상할 경우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배임 가능성이 낮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은행권에서는 법원이 아닌 금감원의 주관적인 해석에 '배임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결국 주주들이 배임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분쟁조정 결과에 대한 강제력이 없는 금감원은 은행들의 기한 연기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 키코 사태 해결은 당분간 안개 속이다. 당장 나머지 145개 피해 기업과 은행 간 자율조정 절차 역시 기한 연장 기간만큼 뒤로 미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