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형 수주산업 활성화
사전조사 비용 직접투자
업계 “돈만 잃을 수” 우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이 우리 기업 해외수주 과정에서 사전타당성조사와 입찰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발주가 난 이후에야 지원하는 게 아니라 해외 먹거리를 찾는 과정에까지 뛰어들겠다는 뜻이다. 수출입은행은 이명박 정부 때 무분별한 해외 수주에 앞장섰다 엄청난 손실을 입었고, 건전성이 악화돼 긴급 자본수혈을 받기도 했다.
5일 수은에 따르면, 수은 이사회는 최근 기업의 해외 수주 사업에 대한 사전타당성조사나 입찰을 지원하는 비금융업무를 할 수 있도록 업무방법서를 개정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르면 금주 중 기획재정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시행에 들어갈 전망이다.
수은은 기존에는 천수답(관개시설 없이 빗물에만 의존하는 논)처럼 발주가 나오기만을 기다려 수주하는 것이 많았기 때문에 수주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번 업무개정의 취지는 우리 기업이 해외 발주자에게 제안하는 제안형 해외 수주 사업을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수은 관계자는 “1조원 규모 사업을 사전타당성조사하는 데 드는 30~40억원의 비용이 장벽이 돼 기업들이 지레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지원해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지원 신청을 하면 수은이 내부 심사를 거쳐 가부를 결정하고, 외부 용역업체에 조사를 맡기는 절차다. 수은이 돈을 댄 수주가 성공하면 자금 회수가 이뤄진다. 수은은 기존에도 금융 자문이나 사업 개발 등의 비금융업무를 수행했지만, 직접 자체 자금을 투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약 수주가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 수은이 타격을 입게 된다. 조사 자체가 사업인 업체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시도를 하는 게 중요하다. 자칫 사업성 없는 곳에 상당한 비용지출이 이뤄질 위험이다.
발주하는 물량도 제대로 소화가 어려운 마당에 새로 경제성 있는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게 얼마나 성공할지다. 한때 주력 시장이었던 중동 지역은 정세 불안과 유가하락에 따른 경제난 등으로 우리 기업들의 수주는 날로 악화돼가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글로벌 경기 위축이 우려된다.
수출입은행이 이명박 정부 때와 같은 손실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때 국내 건설 경기가 무너지니까 무분별한 해외 수주로 이어졌고 결국 줄손실이 났는데 같은 시나리오가 반복돼서는 안된다는 위축 심리 같은 게 건설업계 전반에 남아 있다”며 “코로나 사태로 방어 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라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 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