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8일 한진칼의 주가가 전거래일 2만5200원에서 3만400원으로 20.6% 폭등했다. 올해 3월 2일, 한진칼의 종가는 6만7300원으로 전장보다 0.15% 올랐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증시가 휘청이는 가운데에도 한진칼의 주가는 연일 상승 곡선을 그린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한 1월 20일 이후 한진칼 주가는 오히려 61%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1.5% 폭락했다.
이쯤 되니 한진칼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한 번쯤 궁금증이 생긴다. ‘한진칼 주가는 왜 오르나? 경영 실적이 좋은가? 무슨 호재가 있나?’ 하는….
하지만 아쉽게도 두 경우 모두 그런 이유는 아니었다. 지난해 4월 8일은 전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한 날이었고, 지금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언뜻 보면 주가가 하락해야 할 악재로 보임에도 되레 큰 폭으로 상승한 배경에는 모두 총수 일가의 지각 변동이 있었던 셈이다.
여러 갑질은 물론 가정 내 폭력까지 난무하는 재벌가의 ‘막장 드라마’를 보면서도 투자자들이 한진칼 주식을 사들인 것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총수의 부재와 오너일가 외 주주의 개입이 기업을 더 건실하게 만들고 주주가치를 제고할 것으로 본 것이다. 더불어 남매 간 지분싸움에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18년 7월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을 도입하고 지난해 12월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국민연금이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줄지가 다가오는 한진칼 주주총회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연금 사회주의’라고 비난한다. 그런데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시행하는 특수한 원칙이 아니다. 영국에서 출발해 미국, 캐나다, 독일, 네덜란드, 일본 등 많은 선진국에 이미 자리잡은 원칙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유럽연합 등도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을 두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문재인 정부의 국가주의라며 반발하는 측에선 이들 국가나 기구에도 ‘사회주의’란 이름표를 붙일까.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금 자본주의’라며 “국민의 소중한 노후자금을 관리·운용하는 기관으로서 수익을 최대로 올리는게 목표이기 때문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200만 국민이 낸 보험료로 연간 736조7000억원(2019년말 기준 적립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주총 거수기에 그치지 않고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마땅한 책임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이 한진칼과 남양유업 뿐이어서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물론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편이 선행돼야 함을 전제하고서다.
기업과 달리 투자자들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사회주의’로 볼지, ‘자본주의’로 볼지 한잔칼의 주가는 시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