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입국 시 조치 50개국으로…해외출장·미팅 타격에 사업공백 우려

해외 전시회 참가 ‘세일즈 마케팅’도 차질…사업장 확산 방지에 안간힘

최근 미국 국무부가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 ‘강화된 주의’에서 3단계 ‘여행 재고’로 상향 조정하는 등 각국의 한국 여행객 입국금지가 확대되며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활동에도 빨간불이 켜졌다.[연합]
최근 미국 국무부가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 ‘강화된 주의’에서 3단계 ‘여행 재고’로 상향 조정하는 등 각국의 한국 여행객 입국금지가 확대되며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활동에도 빨간불이 켜졌다.[연합]

[헤럴드경제 재계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이 올스톱 위기에 놓였다.

지구촌 각국에서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가 확대되며 말그대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글로벌 파트너들의 한국 입국은 물론 기업들의 각종 해외 전시회 참가마저 무산되며 글로벌 세일즈 무대에서 외톨이 신세가 될 위기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진·의심환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각 기업 사업장들이 폐쇄되는 상황까지 겹치며 재택근무, 화상회의만으론 글로벌 경영활동이 한계점이 다다를 수 있다는 우려마저 감돌고 있다.

▶해외출장·미팅 중단…글로벌 전략 타격=28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현재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 시 조치를 하는 나라는 모두 50곳으로 늘었다. 유엔 회원국(193개국) 기준으로 전 세계 4분의 1 이상의 국가에서 한국인을 그냥 들이지 않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 기업들은 현지 실사나 비즈니스 미팅이 무기한 미뤄진 탓에 글로벌 전략에도 일정 부분 타격을 예상하고 있다. 메일과 화상회의 등으로 업무를 간신히 이어가고 있지만 해외 사업의 공백은 점차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IT회사의 한 담당자는 “국내 데이터센터 임차를 추진하기 위해 해외 영업을 나가야 하는데 계약 전 필수적인 센터 실사나 미팅이 다 취소돼 해외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업계는 특히 미국이 전날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 ‘강화된 주의’에서 3단계 ‘여행 재고’로 상향 조정한 것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한국인의 입국 제한으로 이어질 경우 현지에서 대면방식으로 진행해온 사업상 의사결정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북미에 법인을 두고 있는 한 철강 기업은 사실상 해외 영업을 현지 주재원에게 맡겨 놓은 상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원래 국내 임직원이 현지에 가서 주재원과 함께 미팅을 하며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미국 현지 주재원에게 맡겨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를 비롯해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수출 비중이 높은 한 상사업체도 현지에서 한국인에 대한 입국조치와 활동제한이 강화되면서 난항에 빠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한 국가는 우리 직원이 가자마자 병원과 호텔, 아파트로 옮겨가며 격리했다. 일정 기간이 지나서야 비즈니스를 볼 수 있게 해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 바이어와 미팅하는 일정도 당초 계획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해외 전시회 ‘세일즈 마케팅’도 차질=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전시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해외 전시회는 글로벌 산업 트렌드를 체크하는 기회 뿐 아니라 한 곳에서 각국의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접촉할 수 있는 주요 세일즈 무대다.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 전시행사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기회비용의 손실은 막대하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부문인 한화큐셀은 연초부터 글로벌 세일즈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미 이달 26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 산업 전시회 중 하나인 ‘PV엑스포(PV EXPO 2020)’에 참가하지 못했다.

PV엑스포는 한화그룹의 태양광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부사장이 직접 챙길 정도로 매년 공을 들여오던 행사였지만, 올해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하진 못했다.

뿐만 아니라 5월로 예정된 세계 4대 태양광 전시회인 중국의 SNEC, 독일의 인터솔라 참가 역시 코로나19 확산 여부를 감안해야하는 상황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KAI는 오는 4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방산전시회인 ‘DSA(Defense Services Asia) 2020’ 참가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

동남아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지 행사 개최 자체도 미지수지만, 국내 상황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현지 출장이 힘들어 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말레이시아 공군은 36대 규모의 고등훈련기와 경공격기 도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AI는 동남아 시장에서 인정받은 FA-50의 수출처로 말레이시아를 정조준하고 있는데 현지 세일즈 기회 무산될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본사 뚫리면 최악…기업들 가용수단 총동원=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사업장들이 잇달아 폐쇄조치되며 기업들의 긴장감은 극에 다다르고 있다.

신천지 본부가 위치한 과천에 본사를 둔 코오롱 그룹은 필수 인력을 제외한 전 직원에 재택근무 조치를 취하는 초강수를 뒀다. 코오롱 그룹 본사와 신천지 본부는 불과 200여m 거리에 인접해있고, 신천지 본부가 입주한 빌딩에 식당가와 대형 마트가 있어 평소 직원들의 출입이 잦았다.

코오릉 측은 "임직원 보호를 위해 구내식당 이용을 권장하며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한편,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재택근무 조치를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최근 인근에서 확진환자가 발생한 LG그룹과 LS그룹 역시 각각 여의도 본사와 용산타워에 최소 인원을 제외하고 재택근무 확대조치를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