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상상을 초월하는 전염력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니다. 바이러스와 신종 전염병이 실제 내 일상을, 사회를, 경제를 이 정도로 뒤흔들 줄이야.

학원을 운영하는 지인이 있다. 3월은 학원 1년 장사를 좌우하는 시기라고 한다. 신학기 원생 모집에 실패하면 그게 1년 간다. 하필이면 코로나19가 지금이다. 한창 신학기 준비를 해야 할 때, 등록 취소가 줄을 잇고 환불요청까지 쇄도한다고 한다.

식당을 운영하는 혈육이 있다. 식당 일손은 사실상 외국인노동자, 특히나 한국어에 능통한 중국교포가 없다면 직원 한 명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요즘 식당은 손님이 없다. 겨우 찾아온 손님이 점원의 조선족 말투를 듣자마자 나간 적도 있다고 한다. 코로나 공포는 무분별한 혐오감으로 비화되고 있다. 그리고 식당은 오늘도 손님이 없다. 월 말에 나갈 임대료와 인건비는 그대로다. 2월 말이 두렵다고 한숨 쉰다.

한 지인은 결국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 소상공인에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는 신용보증재단이다. 요즘은 “문의 급증으로 인해 안내원과 연결이 어렵다”는 ARS 멘트가 나올 정도라고 한다. 이 모든 게 다 뉴스나 취재가 아닌 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 정도일 줄 몰랐다.

나이스신용평가의 ‘코로나19 확산이 비금융 업종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비금융 업종 상당수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항공운송, 호텔, 유통, 영화상영 등 대면접촉이 많은 산업은 수요급감으로 타격이 크다. 자동차, 정유, 석유화학 등은 공급차질이 우려된다.

나신평은 “전반적으로 생산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며 판매측면의 영향은 더 부정적이다.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장기화되면 생산·판매 측면 모두 매우 부정적”이라고 전망했다. 공급도 소비도 생산도 판매도 결국 모두 부정적이란 의미다.

또 누군가에는 코로나19가 기회이기도 하다. 메리츠증권의 이진우 연구원은 ‘사스와 알리바바’란 보고서를 통해 2003년 알리바바를 재조명했다. 당시 알리바바는 B2B 전자상거래 업체였고, 사스가 터지면서 공급망이 무너지자 기업들은 알리바바를 찾았다. 당시 매출이 3~5배 가량 뛰었고 그 기반으로 지금의 알리바바가 됐다.

2015년 메르스가 터지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기업 중 하나가 쿠팡이었다. 이 연구원은 “질병의 공포가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그 중 하나가 온라인”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시장도 반응하는 중이다. 마스크주가 코로나 테마주로 각광받는가 싶더니 최근엔 온라인 교육이나 간편식, 택배 관련주가 상승세다. 사태가 장기화되니 나오는 현상이다. 학원 원장은 울상이고 온라인 교육업체는 화색이다. 식당은 힘들고 간편식·배달업체는 호황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을 바꾸고, 증시 트렌드를 바꾸며, 산업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우리를 뒤흔들 변수임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여담. 90년대엔 ‘홍콩할매귀신’이나 ‘빨간마스크’ 따위가 전국 아이들 밤잠을 설치게 할 대표 ‘빌런’이었다. 2020년 아이들에겐 그 자리를 ‘코로나’가 대신하게 될 지 모르겠다. 요즘 아이들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귀신도 유령도 아닌 ‘코로나’라고 한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