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집값 상승 2018년 집중
다주택자 서울 주택매매 줄어
실수요자를 투기세력으로 규정
무주택자 청약시장 문턱만 높여
“국민 전부를 투기꾼으로 보지 마세요. 정부에서 정책이 나오면 그 정책을 지키며 착실히 살아온 서민들도 있습니다”(국토교통부 여론광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밝혔다. 앞서 하루 전 서울시도 서울 부동산 시장의 이상 과열은 ▷공급이 부족하지 않음에도 다주택자나 외지인 등 투기 수요에 따른 것 ▷공급이 부족하다는 잘못된 정보에 따른 심리적 불안도 한 요인 ▷정부정책 일관성에 따른 불신과 차기 정부의 규제완화에 따른 기대감 상존 때문 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가 잡으려는 ‘투기’는 진단과 처방이 잘못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나타난 서울 주택 가격 급등은 2018년에 집중됐다. 8일 KB국민은행의 주택 가격 동향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서울지역의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10.44%나 올랐다. 이를 아파트 시장으로 좁히면 13.56%에 달한다. 2006년 이후 두자릿수 상승은 12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 주장대로라면 2018년 서울에 집을 산 다주택자나 외지인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져야 한다. 그러나 통계청이 집계한 숫자는 답이 다르다. 진단이 잘못됐다는 이야기다.
2018년 서울에 집을 산 다주택자는 오히려 전년 대비 조금 줄었다. 통계청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서울 주택 소유자는 2017년 243만5182명에서 2018년 245만9986명으로 늘었으나, 다주택 소유자는 38만9006명에서 38만8587명으로 감소했다.
눈여겨볼 것은 외지인이다. 이 기간 서울 외 지역 거주자가 서울에 소유한 주택은 37만5156호(2017년)에서 38만4153호(2018년)으로 늘었다. 비율로는 14.7%였던 외지인 비율이 14.9%로 증가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 외지인 중 상당수가 수도권으로 분류되는 이들의 서울진입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이 기간 서울 주택 소유자 중 경기도 거주 비율은 8.3%에서 8.5%로 2%포인트 증가했다.
무엇보다 ‘투기’에 대한 진단이 잘못됐다. 투기란 실사용할 의지 없이 큰 이익을 바라고 이뤄지는 경제활동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정부가 1주택자의 갈아타기나 무주택자의 주택시장 진입까지 함께 규제하면서 사실상 수요자 모두를 투기꾼으로 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12·16 부동산 대책 내용의 입법 과정을 거치면서 청약 거주 조건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나자, 국토부 게시판에는 이를 완화해달라는 청원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 게시글 가운데 상당수는 ‘실수요자를 투기꾼으로 몰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2017년 10월 거주 요건 1년을 집어넣었다가 2년만에 다시 강화에 나선 데 따른 불만도 잇따랐다.
“전세로만 20년 넘게 살다가 가능한 범위 내 자금에 맞춰 청약을 위해 고민하다 전입했습니다. 실수요자를 모두 투기꾼으로 단정하고 거주 기한 연장을 하다니 너무 화가 납니다”, “정부를 신뢰하고 정부가 세운 룰에 맞게 행동했던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발 예측가능한 행정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등이 대표적인 글들이다.
서울시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불신, 차기 정부의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른 규제 완화 기대감이 심리적 불안요인을 가중시켜 주택 시장 진입을 부추기고 있다”며 여론에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나 임기 전반기에만 18번의 부동산 정책을 내놓으며,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불신과 불안을 키운 것을 국민 탓으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높다.
성연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