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점거는 개인 법익 침해 행위 국민생활 불편과 불안, 불만 야기 집회시위 국민 자유와 조화돼야 법질서 확립해야 민생 보호 가능
최근 서울시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서울살이의 좋은 점을 물어본 결과, 편리한 교통과 깨끗한 환경, 안전한 치안을 꼽았다고 한다.
2011년 한 언론과 매킨지가 조사한 서울의 비즈니스 경쟁력 조사에서도 치안안전은 IT 인프라에 이어 2위로 평가받은 바 있다.
외국인의 눈에는 한국의 치안이 안정돼 있고 자랑할 만한 것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그러나 2012년 통계청의 사회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이 가장 큰 불안을 느끼는 요인으로 범죄(29.3%)를 꼽고 있다.
또 여러 조사결과 경찰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찰관으로서 이런 인식 차이에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경찰 혁신은 이를 인정하고 그 간극을 좁혀나가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경찰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오원춘 사건이나 유병언 변사사건처럼 경찰이 기본 책무를 소홀히 한 것이 중요한 요인이겠지만 경찰활동을 민생치안과 시국치안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구분해 온 것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오래 전부터 범죄예방 및 범인검거, 수사 등 안전 또는 개인적 법익에 관련된 경찰활동을 민생치안으로 분류하는 반면 집회시위 대응과 정보 및 보안 등 법질서 또는 사회적 법익에 관련된 활동은 시국치안으로 분류해 왔다.
시국(時局)의 사전적 의미는 현재의 국내외 정세이다. 이미 시국이란 말 속에는 정치적 경향성이 내포돼 있다.
그러다 보니 민생치안은 선(善)인데 비해 시국치안은 정치적 의도를 품은 악(惡)이라는 시각에서 용어가 사용돼 왔다.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 대응과 법질서 확립 노력이 번번이 반대여론에 부딪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신고된 집회시위의 범위를 벗어난 도로점거 및 과도한 소음, 교통무질서 등은 국민생활과 밀접하고 개인적 법익도 침해하는 행위임이 명백하다.
이렇듯 국민생활에 불편과 불안, 불만을 야기하는 불법행위를 경찰이 제지하거나 단속하는 것에 대해 더 이상 시국치안이라는 굴레를 씌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집회시위의 기본권은 보호받아야 할 권리이지만 다른 국민의 자유와 권리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 법질서 확립이 민생을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법질서를 OECD국가 평균으로 올린다면 연간 경제성장률을 1% 올릴 수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07년 연구결과는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과거 권위주의 사회가 민주시민사회로 바뀌면서 국민들의 자기 권리와 삶의 질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에 따라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도 변화돼야 한다. 법질서를 준수하는 가운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문화와 제도, 그리고 인식이 절실하다.
법질서를 계속 정치 영역으로 끌어들이거나 남겨놓아서는 안 된다.
이제는 국민의 생활과 밀접하고 국민 편익차원에서 접근해야하는 법치 즉 ‘생활법치’로 정의해 부정적 인식과 편견을 넘어서야 한다.
생활법치는 신뢰라는 무형의 사회적 자본을 두텁게 하고 갈등 해결을 위해 지불하는 사회적 비용도 줄여나갈 수 있다.
정부에서 중점 추진하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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