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대학원 교수도 창업 1년 안돼 폐업 치킨집 전국 8만7천개…커피 공화국 압도
신규 브랜드 우후죽순 경쟁심화 영업여건 악화 창업줄고 폐업지속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쉽게 보고 들어간 건 아니었죠. 자신만만했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이론과 현실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다 결국 망신만 당하고 손 털고 나왔어요.”
건설 시행사 부장으로 일하다 지난해 치킨집을 열었던 A씨의 회고다. 그의 이력을 보면 충격적인 고백으로 볼 수 있다. 서울시내 유력 대학의 창업대학원에서 프랜차이즈 창업론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자영업자 대상으로 조언을 해주던 A씨는 치킨집 개점 1년도 되지 않아 폐업하고 현재 금융계에서 일한다.
‘치킨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치킨집이 많은 대한민국의 민낯이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3일 내놓은 자영업 분석 보고서1탄 ‘치킨집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올 2월 현재 전국엔 약 8만7000개의 치킨집이 영업 중이다. 프랜차이즈만 따졌을 땐 치킨 가맹점이 2만5000개다. 전체 가맹점(11만6000개)의 21.1%다. 치킨 가맹점은 한식(1만9000개)ㆍ커피(1만4000개) 가맹점 숫자를 압도한다.
치킨집의 경영은 열악했다. ‘장사는 잘 되는네 남는 게 없다’로 요약된다. 전국 치킨집의 총 매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영업비용이 덩달아 올라가 수익구조가 나빠지고 있었다.
1인당 연간 닭고기 소비량은 2013년 11.5kg에서 지난해 14.1kg으로 늘어난 걸로 나타났다.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늘어 2028년엔 16.4kg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치킨집(프랜차이즈 포함) 총 매출액은 2011년 약 2조4000억원 수준에서 2017년 약 5조원 수준으로 증가했고,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익은 악화일로다. 전국 치킨집 영업비용은 2011년 6200만원에서 2017년 1억1700만원으로 89%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32% 쪼그라들었다.
치킨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한 경쟁 심화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줬다.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총 409개로 조사됐다. 분식(353개), 커피(342개), 주점(267개) 대비 월등하다.
폐업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전국에서 치킨 전문점이 가장 많은 수원의 경우 2016년 이후 3년간 창업보다 폐업이 많은 상황이 이어진다. 수원에서 창업과 폐업이 가장 많이 일어난 인계동은 치킨 전문점 월평균 매출액이 작년 3월 7145만원에서 올해 3월 5751만원으로 19.5% 감소했다. 인계동에만 치킨집이 200개다.
전국에서 치킨집 폐업이 가장 많은 지역은 부천이다. 올해 2월 현재 총 1683개 매장이 영업 중이다. 창업과 폐업이 가장 많았던 심곡동 상권을 분석한 결과, 점포수는 유지되고 있지만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 가운데 치킨전문점이 가장 많은 창원은 경쟁 심화와 지역 경기 침체로 인해 2015년 이후 치킨집 폐업이 빠르게 늘어나며 창업보다 폐업이 많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김태환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김태환 연구위원은 “자영업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운영비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경쟁 심화는 치킨집 영업에 부정적 요인”이라며 “수요여건을 감안할 때 전체 치킨 시장 규모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나 악화된 영업 여건은 당분간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