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곱하기 4’는 52다. 느닷없이 웬 산수냐고? 나흘간 하루에 13번씩 드라이브로 티샷을 하면서 똑같은 스윙을 할 수 있는 골퍼가 있을까? 한 번도 빠짐 없이. 그것도 많은 상금과 명예가 걸린 메이저 대회에서 말이다. 나는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 그런 선수도 있다는 것을. 그의 이름은 바로 데이비드 톰스(David Toms)다. PGA 투어에서 13승이나 거둔 그는 작년부터 PGA 챔피언스투어에서 뛰고 있다. 내가 그의 ‘한결같은 스윙’을 본 것은 2019 챔피언스투어 ‘리전스 트레디션’에서다. 리전스 트레디션은 올 시즌 챔피언스투어 첫 메이저 대회다. 4라운드 내내(메이저 대회가 아니면 보통 사흘) 내가 해설을 맡았던 것을 자랑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실수투성이 초보 해설자가 어디 내세울 것이나 있겠는가? 대회가 열린 앨라바마주 버밍햄의 그레이스톤 골프&컨트리클럽 파운더스 코스는 파3가 다섯 개다. 대신 파5도 다섯 개. 그래서 드라이버로 티샷을 할 수 있는 홀이 열세 개다. 이 대회에서 톰스는 모든 파4와 파5 홀을 드라이버 샷으로 시작했다. 위험한 자리가 많아 다른 선수가 3번 우드나 하이브리드클럽으로 티샷을 하는 홀에서도 그랬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단 한 번도 실수를 하지 않았다. 딱 한 번 좁고 긴 파4 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이 제법 깊은 러프에 들어간 적이 있다. 티샷이 너무 반듯이 나가는 바람에 그런 것이었다. 쩝! 그것도 실수라고 따지면 할 말은 없다. 다른 선수들은 그 홀에서 거의 다 3번 우드를 잡았다. 그 러프에서 그는 그림 같은 아이언 샷으로 홀에 바싹 붙여 버디를 잡아냈다. 그의 드라이버 샷을 보고 있으면 마음가짐부터 다른 듯 보였다. 조금 더 긴 홀이라고 해서 더 강하게 휘두르는 법이 일절 없다. 승부처라고 해서 우악스럽게 덤비는 경우도 없고. 어느 홀이든 어떤 상황이든 그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그냥’ 부드럽게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선두를 다투고 있는데도 티잉 구역(바뀌어서 티잉 구역이 맞는 용어)에 올라가면 그냥 가볍게 툭 치고 내려오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그의 드라이버 샷이 형편없이 ‘쬐끔’ 나가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70야드로 챔피언스 투어 멤버중 30위 정도다. ‘자기 힘의 70%로 스윙 하라’는 골프 속담은 다 알 것이다. 그 속담이 진리라면 가장 잘 지키고 있는 선수가 톰스라고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PGA 투어 13승은 절대 거져 얻은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내가 톰스의 드라이버 샷에 놀란 이유는 또 있다. 그는 이 대회 내내 허리가 불편했다. 중간에 응급처치를 받을 정도였다. 볼을 집어올리거나 내려놓을 때 자세도 엉거주춤했다. 그런데도 드라이버 샷만큼은 그림 같았다. PGA 1부 투어를 뛰는 영건들이 내뿜는 그런 폭발적인 샷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물 흐르듯 회전하는 그의 스윙을 얘기하는 것이지. 그가 용수철처럼 스윙하는 선수였다면 허리 부상을 이기지 못하고 이 대회 때 기권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스윙을 하기 때문에 허리 부상에도 완주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나는 짐작해 본다. 흠! 말하고 보니 앞뒤가 안 맞긴 하다. 몸에 무리가 안 가는 스윙인데 허리가 아프다니? 요런 건 모르는 척 넘어가주는 센스가 글쟁이에게 다른 재미 있는 얘기를 더 들을 수 있는 비결이다. 이런 데이비드 톰스지만 한국 골프 팬에게는 밉상이다. 나도 그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적어도 챔피언스투어 해설을 맡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것은 바로 2011년 PGA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때문이다. 그 대회 우승자는 한국의 골프 영웅 최경주다.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최경주가 데이비드 톰스를 꺾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얘기하다 보니 어느 틈에 내 가슴이 뜨거워진다. 데이비드 톰스 얘기로 돌아가자. 최경주와 우승을 다툴 때 그가 보여준 모습은 대선수라기에는 아쉬웠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비매너 그 자체였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오늘 주제가 아니다. 어쨌든 그래서 솔직히 ‘꼴 보기 싫은’ 그를 나흘 내내 볼 수 밖에 없었다. 선두 그룹이라 방송에 계속 잡히는데 스튜디오에 앉아 해설하면서 안 보고 얘기 안 할 방법이 있겠는가? 그렇게 나흘이 지나자 나는 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그가 대단한 선수라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를 용서하기로 했다. 네가 뭔데 용서하고 말고 하냐고? 그를 미워하는 마음을 지우기로 했다면 됐는가? 지난 2011년에는 그 날(최경주에게 져서 준우승에 그친)은 ‘어쩌면 PGA 투어 마지막 우승(그것도 메이저 대회를)이 될 지도 모르는 승부에 집착한 나머지 실수한 것’이라고 이해하기로 했다는 얘기다. 내가 해설하는 PGA 챔피언스투어는 골프채널코리아에서 볼 수 있다. 혹시 내가 안 나온다고 ‘실수만 연발하더니 벌써 잘린 것 아니냐’고 속단하지 말기 바란다. 다른 해설자와 번갈아 가며 맡고 있으니. 채널 번호까지 알려주는 것은 PGA 챔피언스투어를 시청하는 것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물론 데이비드 톰스 스윙을 눈 여겨 보기 바란다. 김용준 골프채널코리아 해설위원(KPGA 프로 & KPGA 경기위원)●골프채널코리아가 나오는 채널=KT올레TV(55) BTV(133) LG유플러스TV(102) CJ헬로(183) ABN아름방송(68) CMB(8VSB: 67-3) 딜라이브(157) 서경방송(69) 울산방송(147) 충북방송(67) 제주방송(96) 현대HCN(519) KCN금강방송(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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