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이오協 이중 등록 부담 최소화 방안 제시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덩그러니 국민투표만 EU탈퇴를 가결시켜놓고는 영국 정부와 의회가 다른 목소리를 내는 바람에 방황하고 있는 브렉시트가 무작정 가출로 표현되는 ‘노딜’(No Deal)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유럽(EU)에 진출한 제약사은 조속히 EU-영국 ‘화평법(REACH)’ 분리 적용에 대한 대응을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REACH는 우리로 치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이라고 볼 수 있다. 타대륙 의약품과 원료가 들어올때 유해한 것이 없도록 규율한 것이다.

날이 갈수록 저자세인 영국 정부는 2년의 탈퇴 기한이던 지난달 29일이 도래하기 직전, 이달 12일로, 다시 오는 6월30일로 연기 요청을 했다. 이에 EU는 넉넉하게 10월 31일로 연기해주면서 언제든 나가되, 5월 23일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 전까지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선거에 참여해야하고, 불참하면 6월1일 괴나리봇짐 하나 없이 영국을 떠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영국의 전격적인 ‘가출’에 대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8일 한국바이오협회(회장 서정진)에 따르면, 1~1000톤 이상의 물질을 유럽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ECHA(유럽케미컬 에이전시)를 통해 EU REACH를 등록해야 한다.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유럽과 영국(UK) 두 곳 모두에서 비즈니스하던 한국 등 제3 대륙 국가의 제약사들은 별도 등록을 해야 한다. 한 큐에 되던 것을 두 개로 분리하니 비용이 더 든다.

지정 대리인(OR:Only Representative)을 통해야 하는데, 경우에 따라 등록 전환 절차가 조금씩 다르다.

영국과 거래하고자 하는 제 3국 제조업체 및 생산업체는 영국 기반 OR을 선임해야 한다. 기존에 영국 기반 OR을 통해 EU REACH 등록을 했다면, 브렉시트와 함께 등록 이전(Grandfathering) 대상이 되며, ‘REACH 등록 권리 포기’ 상태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EU 기반 OR을 통해 EU쪽 등록을 해야 하니 2중의 행정 수수료를 부담할 수 밖에 없다.

한국바이오협회측은 “영국 OR을 유지할 경우 비용이 영국 시장, 유럽 시장 모두 발생할 수 있으므로 되도록 브렉시트 이전에 다른 유럽의 OR로 변경하는 것이 좋다”면서 “OR 변경에 대한 수수료가 일부 발생할 수 있으나 UK 시장만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면 EU REACH 재등록으로 인한 손실 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OR이 아일랜드에 법인(분점)을 갖고 있는 경우, EU REACH의 등록 권리를 유지할 수 있다. 해당 업체에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

영국과 27개국의 EU,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누구든 EU를 선택할 것이므로, OR을 EU연고로 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유럽장사를 잘 하다가 영국쪽 비즈니스 욕심이 생기면 신규로 영국 OR을 통하면 된다. 다행히 최근 한국-영국 간 제약 협력을 확대되고 있어, 영국 별도 진출에 대한 규제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하락세가 계속 이어지던 영국경제가 2월 중 0.3% 성장했는데 알고 보니 프랑스의 사노피, 스위스의 노바티스 등 많은 EU 기업들이 브렉시트 되기 전에 영국산 원료 사재기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꿔말하면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침체와 영국 관련국들의 동반침체로 인한 여파가 몰려들 수도 있다.

다만 우리 제약업계의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고, 단기적으로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의약품 원료 수출 제약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영국이 27개국으로 구성된 EU에 “없던 일로 하자”며 ‘항복’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 경우 타 대륙 모든 사람들은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된다. 어쩌면 영국이 군색해진 지금의 지구촌 관심사는 ‘항복이냐, 노딜이냐’로 집약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