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최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있는 통상교섭본부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미국의 자동차 232조 국가면제 확보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최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있는 통상교섭본부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미국의 자동차 232조 국가면제 확보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美 무역법 232조 ‘한국車 제외’ 모든역량 집중…PEF 통해 해외기업 인수, M&A 환경조성 강조하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저는 치열한 통상 전쟁의 최전방에서 서 있는 야전 사령관으로서, 지금은 전시 상황이나 다름없는 현재의 통상 환경을 잘 헤쳐 나가야겠다는 일념 뿐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된 통상교섭본부의 수장(대외직함 장관급)으로 지난해 8월 복귀한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통상교섭본부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김 본부장은 참여정부시절인 2004~2007년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아 한미 FTA 체결 협상을 시작부터 최종 합의문 서명까지 이끈 주역으로 10년만에 제자리로 복귀한 셈이다.

당시 한미 FTA를 비롯해 45개국과 동시다발 FTA 협상을 시작했지만 발효된 FTA는 단 한건도 없어 FTA낙제생이던 우리나라를 일약 모범생으로 이끈 주역 중의 주역이다. 김 본부장의 통상가로서 캐릭터는 공격적이며 전략적으로 통한다. 태미 오버비 미국 상공회의소 부회장이 “생존하는 가장 똑똑한 무역 협상가 중 한 명으로 창의적이며 공격적”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살벌한 통상전쟁터에서 ‘최고의 병기=김현종’라는 평가는 자타가 인정하는 상황이다.

통상 수장으로 복귀한 후 김 본부장은 1년 3개월동안 미중 무역갈등 등 대외 리스크가 최고조에 이른 상황속에서도 미국 정부로부터 철강 232조 국가면제 확보와 한미 FTA 개정협상 조기타결 등 굵직한 성과를 이끌어 냈다. 이런 결과가 바탕이 돼 올해 연간 수출액 역대 최단 기간 5000억 달러 돌파에다 사상 최초 연 수출액 6000억 달러 상회 기록 경신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수출 호조세에 안주하기보다는 수출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해야한다고 일침을 가한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과감한 혁신과 도전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미국과 중국사이에 낀 새우가 아니라 돌고래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주력 산업을 고도화하고 신산업을 창출해서 통상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새로운 수출 품목군을 키워가야 합니다.”

▶한미FTA 개정협상 ‘오직 국익만 생각’=지난 9월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FTA 개정 협상 서명식. 김 본부장은 11년 전 한미 FTA 서명식 때와 똑같은 줄무늬 양복과 주황색 사선이 있는 넥타이를 착용하고 나타났다. 첫 협상 당시의 마음가짐 그대로 국익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미국과 협상했다는 비장한 자세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하기에 개정협상 타결에 대한 김 본부장의 감정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한미 FTA 서명을 두 번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솔직히 협상 내내 ‘10원 한장 손해보지 않는 장사치’로서 임했습니다.”

한미 FTA 개정협상은 지난 1월 5일 워싱턴DC에서 첫 공식 회의를 가진 후 9개월만에 양국이 결과문서에 서명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발효는 국회 비준동의를 거쳐 올해 안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한미 FTA 개정협상 결과는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주요 국가와 무역협정을 타결하고 체결한 것으로 통상 분야 불확실성을 크게 해소했다는 점에서 김 본부장 스스로도 자부심을 갖는다.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가 타결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에 직면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마 트럼프 미 대통령의 통상압박이 거센 지금에서야 FTA 체결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미 FTA 타결이후 대미 수출은 2011년 562억달러에서 2016년 665억달러, 2017년 686억달러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미 무역 흑자도 2011년 116억 달러에서 5년 뒤인 2016년에 233억 달러로 2배가량 늘었다.

“2007년 당시에는 한미 FTA 협상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만, FTA가 발효되기 전이었고 증명할 수치가 없었기에 입을 다물었습니다. 저에 대한 비난도 모두 우리 민족을 위한 마음이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침묵들이 저 뿐만 아니라 한미FTA를 함께 도모했던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까지 퇴색하게 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회한이 남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로 통상교섭본부장을 하면서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재수생의 심정으로 있는 그대로의 사실과 입장을 국민 여러분과 소통하려 애썼고 또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때문인지 ‘김현종’ 세글자가 한때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미 무역확장법 232조의 자동차 제외 총력= “자동차는 우리 제조업 생산의 14%, 고용의 12%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라 정부는 미국의 자동차 232조 조사에 대해 엄중한 상황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232조 국가면제 확보는 국운과 연계된 문제이기도 한 만큼, 모든 역량을 집중 대응해 결과로서 평가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자동차의 232조 국가면제 확보는 문재인대통령도 지난 9월 유엔총회기간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미 대통령에게 직접 요청할 정도로 최대 현안이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지난 9월 30일(현지 시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타결하면서 대미 자동차 수출 쿼터를 각각 260만 대씩 받았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쿼터를 받으면서 ▷시간당 16달러 임금 및 실질적인 미국산 부품 의무사용 ▷협정 유효기간 16년(일몰조항 신규도입) ▷비시장 경제 국가와의 FTA 금지 ▷캐나다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 등 많은 것들을 양보했다. 이 중 ‘시장경제를 하지 않는 국가와는 FTA를 맺지 않는다’는 주목할 만한 조항으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향후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자동차 수출국과의 협상이 미국의 자동차 232조 보고서 발표시기와 조사내용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국과의 협상경과를 예의주시하면서 면제 확보를 위해 최선의 전략을 모색할 것입니다.”

▶韓, 통상 변방국에서 WTO 개혁 주도국 역할=김 본부장은 지난달 24∼25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WTO 소그룹 통상장관회의에서 주도적으로 WTO 위기를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 참석자로부터 큰 지지와 박수를 받았다. 회의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캐나다, 호주, 브라질, 일본, 유럽연합(EU) 등 13개 주요 WTO 회원국 통상장관이 참석했다.

“WTO 전신이었던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는 1947년 23개국이 제네바에서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시작됐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독립을 막 이룩한 국가로 국제사회에서도 이름없는 변방국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7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가 WTO 개혁을 모색하는 자리에 참석해 논의를 주도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뿌듯했습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최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있는 통상교섭본부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미국의 자동차 232조 국가면제 확보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최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있는 통상교섭본부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미국의 자동차 232조 국가면제 확보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이 자리에서 논의된 WTO 개혁은 ▷통보 및 투명성 강화 ▷분쟁해결시스템 강화 ▷WTO 규범현대화 및 협상기능 회복 중심 등 이다. 이 가운데 김 본부장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분쟁해결시스템 강화다. 김 본부장은 WTO에서 수석변호사(1999~ 2003년)와 상소위원(2016~2017년)으로 근무한 경험도 있다보니 어느 누구보다 WTO 내부에 대해 잘 알고 애착도 남다르다는 평가다. “아제베도 사무총장과 EU, 일본 등 주요 국가들에 제 의사가 충분히 전달되어 회의 중에 그리고 회의 끝난 이후에 개인적 면담을 통해서도 분쟁해결시스템에 대한 우리 의견에 감사 인사를 받았고, 향후 관련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해 줄 것을 부탁받기도 했지요.”

▶끊이지 않는 통상파고, “과감한 혁신과 도전 필요”=김 본부장은 통상파고가 끊이지 않는 지금이 어느 때보다 과감한 혁신과 도전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신산업 투자 관련 규제 혁신의 롤모델은 노무현 정부시절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파주 LCD 공장건설을 지원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기초가 돼 15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LCD를 넘어 OLED 세계 1위 생산국으로 발돋움했다고 자부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OLED는 세계 시장에서 중소형은 98%, 대형은 100%를 각각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이다.

김 본부장은 신산업 투자관련 규제는 ‘흑묘백묘(黑猫白猫 :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의 실용적 접근으로 풀어야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일본에서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우리 돈으로 100조 원에 상당하는 규모의 비전펀드를 조성한 것과 같이 우리 기업들도 사모투자펀드(PEF) 등을 통해 해외의 기술력있는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그러면 실리콘밸리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또 필요한 기술을 획득하는 데도 도움도 되겠지요.”

김 본부장은 ‘11ㆍ6 미국 중간선거’에서 절반의 승리를 끌어낸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미 232조의 자동차 제외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비행기에 오른다. 평생직업이 ‘통상’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김 본부장의 행보에 시장과 국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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