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의 이상 과열 현상에 안주할 정부는 없다. 세계에서 연소득 대비 집값이 가장 비싼 홍콩은 올 하반기부터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 공가세(空家稅)를 부과하기로 했다. 시장에 매물로 내놓지 않은 빈집은 과세평가액의 2배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 준공은 했지만 집값이 더 오를 때까지 비축해 두는 투기 행태를 더 이상 묵과하지는 않겠다는 캐리 람(Carrie Lam) 홍콩 시장의 투기 대응책이다. 캐나다 벤쿠버의 그레거 로버트슨(Gregor Robertson) 시장도 외지인의 투기로 걷잡을 수 없이 오르는 집값을 저지하기 위해 올 4월부터 6개월 이상 빈집에 대해 공가세를 부과시켰다. 호주의 맬버른, 프랑스의 파리, 영국도 빈집에 공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대도시내 신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빈집의 활용성을 높여 공급을 늘리고자 하는 한편,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 의지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가가 많아지면 집값은 떨어지기 것이 경제학적 수급 원리이다. 그러나 공가가 늘어나도 집값이 떨어지기는 커녕 오히려 계속 오르는 것이 최근의 글로벌 양상이다. 주택시장의 역설이라고나 할까? 집은 많아졌지만, 실제 거주용 집은 여전히 모자라기 때문이다. 늘어난 집은 대부분 일시 목적의 여가용 혹은 계절용이거나 세컨드 홈이며, 공가인 상태가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인구 1000인당 평균 주택재고수는 460호이나, 공가 비율은 10%이다(2016년 기준). 공가는 인구 감소나 경기 침체와 같은 요인으로 발생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편으론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언제나 매물로 전환될 수 있는 투자용이기도 하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에 대한 공가세는 그래서 유령세(ghost tax)라고도 한다.

공가는 이렇듯 투기로 악용되는 폐단도 있지만, 사실 순기능이 더 크다. 집을 구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므로 시장내 적정 공가는 원활한 거래를 위해 필요하다. 이러한 자연 공가율은 대개 3~5%이다. 반면 공가가 인구 감소나 경기 침체, 노후화 등으로 방치되어 전체 주택의 10%가 넘는다면 문제가 있다. 공가율을 주택시장의 수급 판단 지표로 활용하는 미국은 낡고 오래된 집은 제외하고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 공가만을 대상으로 한 공가율 데이터를 근거로 집이 모자라는지 남는지를 판단한다. 공가가 발생하는 원인을 보아 시장이 얼마나 건강한지도 파악한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분기별로 임대주택과 자가주택에 대한 공가율을 공표하여 집값이나 임대료 상승 압력에 대한 예측치로도 활용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른 빈집 수는 2010년 79만 3천호에서 2015년 106만 9천호, 2017년 126만 5천호이다. 전국 평균 공가율은 6.5%이지만, 지역별 편차는 크다. 서울의 공가율이 2.6%로 가장 낮은 반면 15~20%에 이르는 지방의 시군도 상당히 많다. 공가 사유는 매매나 임대 등 이사로 인한 공가가 47.8%, 일시 이용이 23.1%, 미분양 및 미입주가 14.8%이다(2015년, 표본 20% 조사결과). 전체 공가 중 비어있는 기간이 6개월 이내는 58.4%이며, 파손이 없는 공가는 90.3%이다. 즉, 우리나라의 공가는 우량한 주택이 단기 일시적으로 비어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시장에 매물이 없다는 최근의 여론과는 달리 100만호가 넘는 양질의 집이 공가라는 점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추세적으로 빈집은 계속 느는데 집값은 오르는 상황이 아닌가? 특히 집값이 가장 비싼 강남구와 용산구의 공가율이 각각 7.3%와 5.8%로 서울에서 가장 높다. 공가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접근, 체계적인 조사 방법이 필요하며 공급원으로의 즉시적 활용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집이 부족한지 남는지를 제대로 가늠하고 투명하고 건강하고 예측가능한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정책 지표와 원인 진단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집이 아무리 많아져도 무주택 서민은 풍요 속에 상대적 박탈감만 안은 채 시장에서 배제될 수 밖에 없다. 전세계적으로도 집은 더 많아졌지만, 무주택 임차가구는 더 늘어나지 않았는가? 우리는 이러한 대열에서 예외적인 나라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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