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8분 청와대 초청 오찬간담회 -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해 대통령으로서 공식 사과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첫 단독 오찬을 가졌다. 지난 정부가 행한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사과의 뜻을 밝혔다. 피해자 중심 합의 원칙도 재확인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대통령과 정부를 믿는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이날 청와대 낮 12시 본관 현관 입구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맞았다. 문 대통령 내외는 개별 이동으로 늦게 청와대에 도착한 한 할머니를 기다리기 위해 15분간이나 현관에서 선 채로 기다리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는 “한일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을 배제된 채 이루어졌다”는 지난달 28일 외교부 TF의 조사결과에 대한 위로를 전하고 향후 정부 입장을 결정할 때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전에는 건강 악화로 입원한 김복동 할머니를 문 대통령이 문병을 다녀오기도 했다.
▶文대통령 “위안부 합의, 대통령으로서 사과 드린다”= 문 대통령은 “새해에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고 기쁘다”며 “저희 어머니가 91세인데 제가 대통령이 된 뒤로 잘 뵙지 못하고 있다. 오늘 할머니들을 뵈니 꼭 제 어머니를 뵙는 마음이다. 할머니들을 전체적으로 청와대에 모시는 게 꿈이었는데, 오늘 드디어 한 자리에 모시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국가가 도리를 다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봐주시기 바란다”며 “과거 나라를 잃었을 때 국민을 지켜드리지 못했고, 할머니들께서도 모진 고통을 당하셨는데 해방으로 나라를 찾았으면 할머니들의 아픔을 보듬어 드리고, 한도 풀어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오히려 할머니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할머니들의 뜻에 어긋나는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죄송하고, 대통령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대통령으로서 지난 합의가 양국 간의 공식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그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천명했다. 오늘 할머니들께서 편하게 여러 말씀을 주시면 정부 방침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피해 할머니 “日, 소녀상이 무서우면 사죄하면 돼”= 이날 참석한 위안부 할머니들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아울러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죄를 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내 나이 90에 청와대 근처에도 못 와봤는데 문 대통령께서 당선되고 벌써 두 번이나 청와대에 들어왔다”며 “2015년 12월 28일 합의 이후 매일 체한 것처럼 답답하고, 한스러웠다. 그런데 대통령께서 이 합의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조목조목 밝혀주어 가슴이 후련하고 고마워서 그날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사과, 법적 배상을 26년이나 외쳐왔고, 꼭 싸워서 해결하고 싶다”며 “대통령께서 여러 가지로 애쓰시는데 부담 드리는 것 같지만 이 문제는 해결해 주셔야 한다.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하는데, 소녀상이 무서우면 사죄를 하면 된다. 국민이 피해자 가족이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면 세계평화가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대통령이 바뀌고 할 말을 다해주시니 감사하고 이제 마음 놓고 살게 되었다”며 “우리가 모두 90세가 넘어 큰 희망은 없지만 해방이후 73년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도 사죄를 하지 않는다. 어린 아이를 끌어다 총질, 칼질, 매질하고 죽게까지 해놓고, 지금 와서 하지 않았다 게 말이 되나.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겠나. 사죄만 받게 해달라. 대통령과 정부를 믿는다”고 말했다.
또다른 이옥선 할머니는 “우리의 소원은 사죄를 받는 것이다. 사죄를 못 받을까봐 매일 매일이 걱정”이라며 “대통령께서 사죄를 받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13세에 평양에서 끌려가 아직도 집에 돌아가지 못한 길원옥 할머니는 인사말 대신 가요 ‘한 많은 대동강’을 부르고 지난해 발매한 음반 ‘길원옥의 평화’를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靑, 국빈급 최상급 예우= 오찬이 끝난 후 김 여사는 할머니들께 일일이 목도리를 직접 매줬다. 김 여사가 이날 할머니들께 선물한 목도리는 국내 최초의 공정무역 패션 브랜드로 아시아 빈곤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친환경 의류와 생활용품이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대통령과 사진을 찍는 것을 가장 하고 싶었다’는 할머니들의 요청에 따라 김정숙 여사와 함께 할머니 한 분 한 분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청와대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청와대 방문에 ‘국빈급’ 예우를 다했다. ‘나눔의 집’에서 출발한 할머니들은 비서실에서 제공한 의전 차량을 이용해 청와대까지 경찰의 에스코트 아래 국빈 이동시와 같은 예우를 받았다. 경호처는 교통편의뿐만 아니라 건강상 불편사항에 대비해 엠블런스까지 차량 이동시 배차했다. 오찬행사 이후 나눔의 집 복귀 시에도 같은 방법으로 모셔다 드렸다.
이날 오찬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이외에도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공동대표, 정의기억재단 지은희 이사장,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 강경화 외교부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장관, 남인순 국회여성가족위원장 등이 함께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