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오는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공식 개시된다. 후보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일자리를 빼앗는 협상’이라고 비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 만에 결국 양국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된 것이다.
한미 FTA 개정협상은 시작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미정부가 자동차와 농축산물 등 각 분야의 개정을 강력 요구할 태세여서 양측간 힘겨루기가 치열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상호 호혜성 증진과 이익의 균형 달성을 목표로 협상을 추진하겠다”며 “미국 측 개정 수요에 상응하는 우리측 개정 수요를 발굴·제시하고 개정범위 축소·완화를 유도하겠다”며 협상 수준을 예고했다.
미국이 전면 개정에 필요한 무역촉진권한법(TPA) 절차를 밟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이번 협상은 정부 희망대로 부분 개정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동안 양국이 공동위원회 등을 통해 드러낸 입장차와 미국이 무역적자 해소와 비관세장벽 해소 등을 강하게 요구하는 점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협상이 될 전망이다. 최근 우리 수출기업을 겨냥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도 정부의 손을 묶을 수 있다.
한국산 태양광과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시행과 철강 수입이 안보에 미치는 영향 조사(무역확장법 232조) 결과 발표 모두 올해 초로 예상되며 이 밖에도 여러 반덤핑 조사가 진행 중이다. 모두 미국이 우리 협상단을 압박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수단들이다.
정부는 미국을 압박할 ‘카드’를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미국 주장에 상응하는 수준의 개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지난 18일 국회에 보고한 한미 FTA 개정협상 추진계획에서 “미국 측이 한미 간 무역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우리측 잔여 관세 철폐 가속화와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 조정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이 자동차 분야 비관세장벽 해소 등 시장접근 개선과 자동차와 철강 등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러스트벨트 지역에 중요한 품목의 원산지 기준 강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서비스·투자 분야에서는 금융회사 고객정보의 현지 서버 저장 요구 자제와 전자상거래 기업의 소스코드 공개 요구 금지 등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논의된 이슈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정부가 여러 차례 우리의 ‘레드라인’이라고 밝힌 농축산물 시장개방도 미국이 협상 전략 차원에서 압박용으로 꺼낼 수 있다. 정부는 1차 협상만으로 미국의 의중을 전부 파악할 수는 없으며 이후 협상에서 미국이 새로운 요구를 계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 개선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ISDS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상대방 국가의 정책 등으로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해당 국가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분쟁 해결 제도다. 외국인투자자가 특정 국가의 비합리적인 법에 억울하게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한 제도지만 정부의 공공 정책 기능이 상실되고 거액 배상을 노리는 민사소송의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국회 보고에서 한미FTA의 대표적 독소 조항으로 꼽혀온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를 “손댈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국내 농축산업계가 요구한 미국산 쇠고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기준 완화 등 각 산업계에서 수렴한 요구 사항을 반영, 미국의 잔여 관세 철폐 가속화와 비관세장벽 해소 등을 협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차 협상에는 한국 측에선 산업통상자원부 유명희 통상정책국장, 미국 측에서는 무역대표부(USTR)의 마이클 비먼 대표보가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한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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