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콥 웩슬러 LA시 재무책임자 인터뷰
[로스엔젤레스=이태형ㆍ박병국 기자] 미국이 지방분권의 상징으로 자리잡은데는 형식(투표와 제도) 뿐 아니라 내용(돈)의 힘도 큰 역할을 했다. 미국 주정부와 지방 정부의 재정자립도는 60% 중후반을 상회한다. 자치단체 공무원 급여조차 버거운 우리에게는 ‘꿈’ 같은 이야기다.
지난 11월 미국 LA시청에서 만난 시 재무 책임자인 제이콥 웩슬러씨는 “미국에서는 정부 단계별 각각의 독립된 과세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는 국세와 지방세로 분류된 국내 과세 체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는 “소득세나 법인세와 같은 연방 정부 단위의 세금은 지방 정부에 직접 배분되지 않는다”며 “대신에 연방 정부가 보조금이나 지방 정부의 사업을 위한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방 정부의 지원금을 받으면 지방 정부는 반드시 이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LA시가 주택, 직업 훈련, 노인 복지 프로그램을 추진하기 위해 보조금을 받는다. 연방 정부는 또 공항이나 항구, 다리, 도로, 대중교통, LA시에 흐르는 강을 재생하기 위한 프로젝트 등 지역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지원할 수 있다.
LA시는 연방 정부와 캘리포니아주로부터 올해 회계연도(2017년 7월1일부터 2018년 6월30일까지)로 약 4억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다.
연방 정부로부터는 약 3억3400만달러, 캘리포니아주로부터는 6600만달러 규모다. 이에 더해 연방 정부는 총 12억달러가 소요되는 지역 인프라 구축사업과 재정개선을 위한 사업을 위해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연방 정부가 걷은 세금의 일정 부분을 지방 정부가 받는 것과는 다르다는 게 웩슬러씨의 설명이다. 시가 연방 정부와 파트너십을 갖고 지역에서 중요하다고 판단한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시도 이러한 프로젝트의 일정 부분에 대해 예산을 집행하게 된다. 국내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매칭펀드’(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예산을 공동투자해 지역 사업을 추진)와 비슷한 구조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에 지자체를 의무적으로 끌어들여 지자체 예산집행에 발목을 잡는 방식과는 다른 차원이다.
물론 LA시도 연방 정부와의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웩슬러씨는 “미국에서도 정부 단위간에 갈등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많은 경우 지방 정부가 연방법이나 규칙에 동의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경우 연방 정부가 지방 정부에 연방 차원의 정책을 강제할 권한이 있느냐를 놓고 다툼이 있다.
웩슬러씨는 “미국의 제 10차 헌법에는 연방 정부에 주어진 권한이 아닌 모든 권한은 주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며“갈등이 발생하면 토론과 협상으로 시작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해결이 되지 않으면 연방법이나 정책을 따르지 않는 지방 정부에 대한 연방 정부의 소송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중앙 정부가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철저한 파트너십 관계에서 계약을 통해 형성되는 연방 정부와 지방 정부의 관계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그는 “보통 연방 정부와 지방 정부간의 다툼은 소송을 통해 해결된다”며 “대부분의 쟁점은 세법이나 보조금 지급에 대한 요구 조건 등과 같이 복잡하고 기술적인 사안들”이라고 설명했다. 지방 정부도 그들이 동의하지 않는 규정에 대해서는 상ㆍ하원이나 대통령에게 청원함으로써 법을 개정하기 위한 자구책을 행사한다.
최근에는 이민자를 줄이고 이민법을 강화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정책에 동조하지 않는 지방 정부에 패널티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 LA시와 일부 지방 정부이 반대하면서 갈등 관계에 있다.
웩슬러씨는 “이민자들을 줄이기 위한 연방 정부의 정책에 동조하지 않는 지방 정부에 보조금을 중단하거나 보류한데 대해 지방 정부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방 정부는 정책 자체의 불법성을 주장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의 경우도 지방 정부가 자체적인 기준을 갖고 있다.
LA시는 현재 시간당 13.25달러(25인 이하 사업장은 12달러)로, 2021년 6월까지 사업장 구분 없이 15달러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하게 된다. 7.25달러였던 것을 시장의 승인으로 시의회가 투표로 인상을 결정했다. 인상 당시 지지자들은 LA시의 높은 주거비를 감안하면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이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국내 상황과는 판이하다.
웩슬러씨는 “LA시 역시 연방 정부가 지역 사업에 대한 지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시가 추진하는 사업이 아닌 다른 사업에 연방 정부가 우선순위를 둘 경우 지방 정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자체 예산을 조달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th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