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군산공장을 가다

한달에 7~8일만 공장 가동 쉐보레 유럽 철수후 내리막 5년새 생산대수 85% 감소 군산지역 경제에도 직격탄 신차배정 안돼 철수설까지 한국지엠의 위기다. 신차 부재에 따른 판매 부진과 GM 본사 ‘철수설’이 확대되면서 지난달 국내 자동차 판매가 36%나 줄었다. 줄곧 지켜왔던 내수판매 3위 자리도 처음으로 쌍용자동차에 내줬다. 지난 2014년 취임한 메리 바라 GM 회장의 ‘수익성 위주 경영’과 ‘판매지 생산 원칙’에 따른 글로벌 사업 재편 속에 수익성이 악화된 한국지엠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오는 17일이면 GM본사의 한국지엠 지분 처분 제한과 산업은행이 17%의 지분율을 바탕으로 보유하고 있는 한국지엠 총자산의 20% 초과 자산의 처분ㆍ양도와 관련된 특별결의 거부권(비토권)도 사라지게 된다. 한국지엠 지분 77%를 보유한 GM 본사 및 관계사가 수익성이 나빠진 한국지엠 공장의 매각이나 폐쇄 등을 결정하더라도 손 쓸 방법이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덩달아 한국지엠의 생산공장이 위치한 인천, 군산, 창원, 보령 등의 지역경제는 ‘풍전등화’에 놓이게 된다. 이같은 한국지엠의 상황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질 예정이다. 이에 카흐 카젬 신임 사장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나오면서 지역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GM ‘철수설’이 제기되는 원인을 살펴보고자 한다. 3년간 누적적자가 2조원에 이르며 자본잠식에 빠져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러한 것이 단순한 판매 감소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도된 부실화’에 따른 것은 아닌지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 마땅한 해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철수설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지엠의 생산 공장이 위치한 인천과 군산 지역을 찾았다.

“요즘엔 차라리 다른 기업에서 한국지엠(GM) 군산공장을 인수해서 신차 배정이나 받았으면 좋겠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요.”

지난달 28일 전북 군산 오식도동에 위치한 한 식당. 한국지엠 공장으로부터 차로 5분여 떨어진 이곳에서 산업단지 근로자들을 상대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가게 주인은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흔히 이처럼 털어놓는다고 씁쓸히 말했다.

그는 “한국지엠 정직원들이야 한 달에 7일 출근한다 하더라도 한달치 월급을 다 받을 수 있겠지만, 일이 있을 때나 근무하는 하청업체 근로자들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며 “가게 매상도 적잖이 떨어진 상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관련기사 3면 긴 추석 연휴를 불과 이틀 앞둔 이날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한창 주문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바삐 돌아가야 할 시기임에도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오후 휴식 시간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와도, 휴식 시간 종료 방송이 이어져도 공장은 지나치리 만큼 조용했다. 1시간 가량 군산공장 정문 앞에 서 있었지만, 두어 대 차량이 들어간 게 전부일 정도였다. 공장 앞에서 만난 군산공장 관계자는 “과거보다 가동률이 많이 줄어들었다”면서 “한달에 주간 1교대, 7~8일 가량만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완전가동 체제를 유지하던 군산공장은 2013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GM이 유럽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며 군산공장의 유럽 수출까지 줄어든 탓이었다. 2011년 26만8000대에 달하던 군산공장 생산대수는 지난해 3만4000대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생산액도 5조6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줄어들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함께 군산 경제의 상당 부분을 지탱하던 군산공장의 가동률은 20~30% 가량. 군산조선소 폐쇄로 한바탕 포화를 맞은 군산 경제는 이제 한국지엠 군산공장과 ‘한 몸’ 처럼 홍역을 치르는 실정이다.

이날 오후 군산시청에서 만난 문용묵 군산시 지역경제과장은 “한국지엠에서 근무하는 직원 1900명과 136개 협력사 직원까지 포함하면 1만3000여명의 근로자가 군산공장과 관련돼 있다”며 “작년 기준, 한국지엠과 연관업체가 군산시 고용의 22.6%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문 과장은 “군산공장의 가동률 저하와 실적 부진 등은 상권 및 부동산 경기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설상가상 올 중순부터 ‘한국지엠 철수설’이 다시금 불거지며 군산공장을 바라보는 군산 시민들의 시선에는 염려가 가득하다. 군산시 택시 운전기사 최모 씨는 “가뜩이나 군산조선소 폐쇄 이후 손님이 줄어 걱정인데 군산공장까지 철수하면 더욱 어려워질 게 분명하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군산공장에 신차 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철수설에 불을 붙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현재 군산공장에서 생산 중인 차종은 올란도와 크루즈. 올란도는 완전변경(풀체인지) 시점을 앞둔 6년 된 구형 모델로 지난달 판매량이 900대에도 못 미쳤다. 올 초 출시된 신형 크루즈도 판매 부진에 직면한 실정이다. 군산공장에서 만난 한국지엠 관계자는 “신차 배정이 안 되니 가동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며 “카허 카젬 신임 한국지엠 사장이 새롭게 왔으니 일단은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산=박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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