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기관투자가들이 민간 벤처캐피탈(VC)에 관행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우선손실충당제도’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선손실충당제도가 VC의 투자여력과 신규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손실충당제도는 2000년 법에서 완전히 사라졌지만, 업계에는 여전히 관행으로 남아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27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 호텔에서 기자간담회<사진>를 열고 “벤처조합의 손실배분을 하지 못하도록 법(창업지원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선손실충당의 관행화로 VC업계의 펀드 출자 부담이 커 새로운 펀드 조성이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우선손실충당제란 펀드가 손실이 날 경우 위탁운용사(GP)의 출자금부터 먼저 손실을 부담케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GP가 10억원을 출자한 100억원 규모의 펀드가 해산 후 80억원이 남은 경우, GP의 출자금 10억원부터 손실처리한 후 나머지 손실분 10억원을 펀드 출자자(LP)의 출자비율대로 배분하는 식이다. 현재 국내에 운용 중인 486개 벤처조합 가운데 49%인 238개 조합에서 이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우선손실충당을 요구한 조합은 대부분 국민연금,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빅3 기관투자가가 출자한 것으로, 상대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을 가진 기관투자가의 요구가 크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문제는 우선손실충당금은 국내에서만 존재하는데다 국내에서도 특히 벤처펀드에서만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협회 관계자는 “실제 펀드가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는 연간 1~2건 있을까 말까로 미미해 GP의 손실 부담이 큰 것은 아니다”라며 “진짜 문제는 이로 인한 VC의 출자금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협회는 ‘자본시장통합법’처럼 공모 투자조합 등에 대해 GP의 우선손실충당 방식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기적으로는 우선손실충당을 하는 경우라도 GP에게 배분될 금액을 청산 시까지 별도로 관리하는 규정은 삭제해야 한다는 것이 우선 목표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00년 창업지원법을 개정하면서 우선손실충당제도 조항을 삭제한 데 이어 2009년 모태펀드 기준 규약도 개정했다. 2015년에는 창업투자회사 등록 및 관리규정에서도 관련 조항을 삭제했지만, 관행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