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태국 군부의 1932년 입헌군주제 도입 이후 19번째 쿠데타 선언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20일 계엄령 선포에서부터 22일 쿠데타 선언까지 이틀 밖에 걸리지 않았다. 쿠데타 성공여부는 국왕의 재가 여부에 달려있다. 국제사회의 비난과 군사ㆍ경제적 제재 움직임도 쿠데타 향배에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군부는 국왕의 재가를 받아 치안유지를 담당하다, 7~8월 총선 이후 출범하는 민간정부에 정권을 이양한다는 방침이다.

▶쿠데타 왜?=태국에서 반정부 시위는 6개월째 계속돼 왔다. 지난 1일 잉락 친나왓 총리의 실각 이후 친 정부 세력인 ‘레드셔츠’가 반발 움직임이 일자, 군부는 반정부(엘리트)-친정부(서민)간 유혈 충돌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함으로써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계엄사령관인 프라윳 찬-오차 육군참모총장(60)이 이끄는 ‘평화와질서유지위원회’는 22일 양진영 지도자와 과도정부 장관, 상원 지도부, 여야 지도부, 선거위원회 위원 등을 모두 불러 정국 타개 회의를 소집했지만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자, 쿠데타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프라윳 총장은 은퇴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신속한 정권 이양을 위해선 쿠데타 같은 강제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쿠데타 선언과 함께 전국적으로 오후10시~오전5시에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5명 이상 정치적 모임은 금지되며, 위반시 1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 1만 바트(31만원)에 처해질 수 있다. 2007년 헌법은 ‘군주제’에 관한 부분 외에 모두 유예됐다. 엘리트측인 상원과 법원은 지속적으로 운영된다.

▶국왕 ‘재가’ 주목=프라윳 총장은 대표적인 ‘반 탁신(잉락 총리 오빠이자 전 총리)’인사이자 ‘왕당파’다. 군 통수권자는 푸미폰 아둔야뎃(87) 국왕이며, 쿠데타는 왕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역사적으로 태국 군부는 왕을 내세워 부와 권력을 누려왔다. 지난 2006년 쿠데타 당시에도 국왕이 재가를 해준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쿠데타도 조만간 국왕의 재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왕의 승인을 받을 경우 태국 군부는 입헌군주제 이후 12차례 쿠데타에 성공하게 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태국에선 8살짜리 아이가 벌써 두번의 군 쿠데타를 목격하게 된다”고 표현했다.

▶국제사회 제재 착수=미국 등 서방은 민주주의가 훼손된 태국에 대해 경제ㆍ군사적 제재를 검토 중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2일 국무부 산하 대외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의 원조를 포함해 최고 1000만달러(102억원가량) 규모의 경제원조가 중단될 수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소속 8개국의 합동 군사훈련인 ‘카라트’(CARAT) 중단도 제재안 중 하나다. 카라트는 19~27일 일정으로 실시되고 있다. 미국 법에는 쿠데타로 정부가 전복된 국가를 지원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유엔, 프랑스, 일본 등 국제 사회가 태국 군 쿠데타에 한목소리로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헌법 질서 회복, 국민 인권과 자유 존중 등을 촉구했다.

▶레드셔츠와 충돌할 가능성도=최악의 시나리오는 레드셔츠와 군부의 대규모 유혈 충돌 가능성이다. 반정부 세력인 ‘옐로우셔츠’가 현 총리를 비롯한 내각 총 사퇴와 새 총리 임명을 요구한 가운데, 군이 개입에 나서기 직전인 17~19일 ‘레드셔츠’는 새총리 임명 반대 시위를 예고한 바 있다. FT는 “새 정부 지명과 7월로 예정된 선거 시기 선택이 군사 정권의 정치적 편향성을 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정부 세력은 7월 선거를 미뤄야한다는 입장이며, 군부는 반정부 편으로 여겨진다. 쿠데타 직전 과도정부는 7월 총선을 8월3일로 미루자고 제안했다.

▶태국여행 취소?=2006년 쿠데타 당시 외국인의 여행은 비교적 안전했다는 평가다. 관광이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하는 관광국가인 태국에서 정정불안은 익숙한 풍경이어서, 이번 계엄령 선포 중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일반인과 군인의 기념촬영 사진이 곧잘 올라왔다. 지난 1~2월에 40여개 방콕행 노선을 취소한 싱가포르항공 등 국제항공사의 노선 단축 등 대응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태국 관광당국은 올 1분기에 외국인 방문자가 1년전보다 5% 감소했다고 밝히는 등 외국 방문은 점차 줄고 있다. 만일 군과 시위대간 대규모 충돌이 발생할 경우 여행자 안전은 누구도 담보하기 어렵다. 이미 영국, 미국, 러시아, 말레이시아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태국 여행 자제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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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군부 쿠데타 선언 요지>

▷ 방콕과 수도권 지역에서 정치 갈등으로 폭력 상황이 심각해져 많은 생명과 재산상 피해가 발생, 국가 안보위협 및 테러를 방지하고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고자 이 조치를 시행한다.

▷ 지금부터 태국 육군, 공군, 해군, 경찰이 나라의 전권을 행사한다.

▷ 이번 조치는 평화를 되돌려놓고 정의롭고 공정하게 개혁을 하려는 것이다.

▷ 모든 단체는 평화질서유지사령부(POMC)의 허가 없이 무기를 소지하거나 운반할 수 없다.

▷ 모든 외교단, 국제기구 및 외국인은 보호된다.

▷ 이전 정부와의 양자 및 다자 협력관계는 변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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